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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종자(種子)의 경제학

[기고]종자(種子)의 경제학

기사승인 2017.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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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갑희 이사장 프로필 사진
류갑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신문을 읽으면서 계속 관심을 가지는 기사가 있다.

경제지에 자주 등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관한 것이다.

몇 가지 나열해 보면 세계적인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경영통합에 관한 기사와 작년 2월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가 신젠타를 52조원이라는 거금으로 인수했다는 기사, 지난해 9월 바이엘이 몬산토를 74조원에 인수했다는 기사 등이다.

귀에 익숙하지 않는 기업들이라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기사들을 자세히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농업분야의 빅뱅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앞에서 열거한 듀폰·신젠타·몬산토·바이엘은 명실공히 전 세계의 화학·식량·식품·농약·채소 종자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들이 합종연횡해 몸집을 키우고 자본이 축적되면 종자·화학·비료·농약·의약·바이오가 융복합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나 독과점을 만들 수 있는 거대 공룡기업이 탄생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 국영기업인 켐차이나가 52조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한 신젠타는 세계 1위의 농약매출액과 세계 3위의 종자기업이며 스위스와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2015년 매출은 130억 달러에 이르며 90개국에 걸쳐 2만8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기업을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인수한 것이다.

덕분에 중국은 단번에 세계 2위의 종자수출국이 되었고, 이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는 대부분의 채소류들이 중국산이라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2013년 기준 세계 종자시장은 약 450억 달러 규모다. 하지만 우리나라 종자시장 규모는 약 4억 달러 정도로 세계시장의 1% 미만이다.

종자산업은 식품·의약품 및 바이오에너지 등 생명산업의 원천이 되는 기반산업이다.

하지만 새로운 종자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첨단 분자육종시스템’이다.

현재 몬산토·듀폰·신젠타 등 글로벌 종자기업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세계 종자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일 전북 김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전북 김제시 백산면 일대 54.2ha 부지에 2011년부터 681억원을 투자해 민간육종연구단지를 조성했고, 5년간의 대장정 끝에 민간육종연구단지와 이를 책임 운영하는 종자산업진흥센터를 완공했다.

국내 20개 민간기업이 입주해 집중적으로 종자를 육종하고, 2021년까지 종자수출 2억 달러에 도전하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종자산업진흥센터는 국내 처음으로 세계적인 종자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첨단 분자육종시스템’을 완벽하게 구비하고 지난 5월부터 민간 종자기업과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분자표지 및 기능성 성분분석 등 육종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종자산업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종자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오는 26~28일엔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일원에서 제1회 국제종자박람회가 열린다.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는 등 현재까지 차질 없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종자산업은 제조업이나 건설업과 같이 즉시 성과가 나타나는 산업이 아니다.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며 국민행복과 안보,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핵심 산업이다.

종자산업이 우리나라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국가 전체의 관심과 전략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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