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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前노조위원장의 고언, 노조와 정부 경청하길

[사설] 현대차 前노조위원장의 고언, 노조와 정부 경청하길

기사승인 2017. 10.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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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의 2대 위원장을 지냈고 노조 창립을 주도했던 1세대 노동운동가 이상범 씨의 노조를 향한 고언이 화제다. 현대차 노조는 물론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도 그 의미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노조든 정부든 자칫 더 높은 임금과 더 짧은 근로시간 등 좋은 근로조건을 투쟁을 통해 혹은 정책을 통해 관철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현대차 전노조위원장의 솔직한 고언은 과도한 근로조건의 쟁취가 고용의 유지와 양립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현대차 노조에 대해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귀족노조'가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란 외부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실상이 어떤지 보라고 충고했다. 2년 전 중국, 러시아, 독일 등 현대차 해외공장들을 견학하고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국내 공장과 해외 공장의 차이점은 한마디로 노조가 경영권 행사에 사사건건 개입하려 하거나 반대하는 것 한가지다. 경영자 입장에선 '무노조 경영' 한 가지만으로 신규투자 시 국내가 아닌 해외공장을 선호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는 국내공장에서는 신차를 개발하고도 노조의 동의를 못 받아서 제 때 출시하지 못하는데 이는 경영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또 인원조정이 필요할 때에도 해외공장에서와는 달리 전환배치를 할 수 없고,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없는 것도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해외공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영상의 제약 이외에도 임금과 생산성 등 주요 지표들에서도 해외공장이 국내공장보다 우월하다고 한다. 러시아 현대차의 경우 초임 월 110만원, 상여금 100%로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지만 노동조합도 없고 생산성은 더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경영자가 국내에 공장을 지으려고 할 것인지 그는 반문했다.
 

현대차 2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상범 씨는 "노조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차라는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고민 끝에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블로그에 올렸다"고 했다. 이런 이씨의 고언은 1차적으로는 현대차 노조가 깊이 그 의미를 새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최저임금의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때 잘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칫 과유불급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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