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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마취하다 식물인간 만든 강남 D성형외과 원장에 5억원 배상 판결

[단독] 법원, 마취하다 식물인간 만든 강남 D성형외과 원장에 5억원 배상 판결

기사승인 2017. 10. 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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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지방흡입 위한 '아큐스컬프 레이저 시술' 도중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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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을 위한 마취 과정에서의 부주의로 환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성형외과 원장에게 5억여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오선희 부장판사)는 피해자 손모씨(사고당시 46세)의 어머니 이모씨가 강남구 신사동 소재 D성형외과 원장 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에게 5억129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홍콩 시민권자인 손씨는 2011년 10월 13일 보톡스 시술을 받기 위해 한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를 방문한 사촌언니와 어머니를 따라서 병원에 갔다가 복부지방흡입을 위한 ‘아큐스컬프 레이저 시술’(지방세포를 용해해 지방의 크기를 줄어들게 하는 시술)을 받게 됐다.

당시 한씨는 수면마취를 위한 전신마취제를 손씨에게 투약한 뒤 국소마취를 위한 마취제를 추가로 투약했는데, 투약 직후부터 손씨는 양팔을 떨기 시작했다. 한씨는 병원 직원을 시켜 마취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기로 한 마취과 전문의를 부르도록 지시했지만, 당장 병원에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손씨가 계속해서 양팔과 양발을 떨고 무릎을 들썩거리는 등 경련을 일으키자 한씨는 에어웨이(기도확보 기구)와 앰부백(산소 공급 장치) 등을 이용해 산소를 공급했다. 뒤늦게 다른 마취과 전문의가 도착해 기도 확보를 위한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한 뒤 119에 전화해 손씨를 모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으로 옮겨진 손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져 저체온 치료와 인공호흡기 치료, 항생제 치료 등을 받았지만,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해 사지마비·의사소통장애·연하장애·배뇨장애 등의 상태에 빠졌다.

이에 손씨의 어머니는 병원 측이 △문진·활력 징후 측정·마취제 이상 반응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하지 않은 점 △마취제 투여 시 주의를 소홀히 한 점 △경련 및 호흡곤란 발생 후에도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점 △시술에 앞서 마취로 인한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한씨를 상대로 20억여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손씨에게 시술 이전 특별한 건강상의 이상이 없었고 별다른 과거 질병이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손씨에게 나타난 경련과 호흡곤란 등 증상은 국소마취제에 의한 중추신경계 독성반응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소마취제 투여 후 환자에게 경련이 발생한 경우 국소마취제 중독증상을 막기 위해 즉시 항경련제를 투여해야 하지만 한씨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마취과 전문의가 도착할 때까지 30여분간 앰부백에 의한 산소공급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씨의 설명의무 위반 책임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한씨가 손씨에게 마취와 관련된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볼 수 없다”며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손씨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으므로 이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씨 측 소송대리를 맡은 신현호 변호사는 “최근 법원에서 교통사고와 달리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책임을 폭넓게 제한하려는 경향이 보이는데, 제한의 범위가 재판부마다 상이해 혼란을 빚고 있다”며 “법적안정성을 위해 일반 국민들이 예측할 수 있는 일정한 손해배상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씨는 손씨에게 이 같은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기소돼 지난 1월 법원에서 금고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해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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