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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2주년] 학교 밖 청소년 ‘비행 청소년’이라는 색안경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

[창간 12주년] 학교 밖 청소년 ‘비행 청소년’이라는 색안경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

기사승인 2017. 1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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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은 '문제아'라는 색안경이 무관심으로
학업포기 학생 매년 4만명…학교 밖 청소년 39만명에 달해
"따듯한 관심으로 아이들 감싸주는 사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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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27일 경기도 의정부역 부근 청소년쉼터 ‘찾아가는 거리상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청소년의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제공 = 여성가족부
학교 밖 청소년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일탈’ ‘비행청소년’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청소년들에 대한 무관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여기에 청소년 범죄가 발생하면 학교 밖 청소년 모두를 잠재적 문제아로 낙인찍는 어른들과 사회의 시선이 정작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게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이다.

이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을 줄이고 이를 통해 건강한 가정과 학교,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따듯한 시선과 관심으로 이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추정치는 38만7000명에 달한다. 2012년 28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년새 10만명이 증가한 셈이다.

이런 증가세는 매년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이 4만명에 달하고 있는데다 초·중·고등학교 시기인 10여년 동안 수년째 학교 밖 청소년으로 지내는 아이들의 존재에서 비롯된다.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수는 해가 갈수록 누적되는 반면 학교로 돌아가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획일적이고 서열화되고 있는 교육 현장 또한 학교 밖 청소년을 늘리는 한 원인이다. 경제적 지원이 바탕이 돼야 하는 현재의 교육 현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경험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특목고 등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순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차별을 받게 된다”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원비는커녕 급식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집의 학생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학업을 일찍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무관심은 일탈의 정도를 높여 범죄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출발점이 되곤 한다. 이런 부정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마치 모든 학교 밖 청소년들이 문제아라고 단정짓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잘못된 시선과 무관심이 청소년 범죄를 더 늘어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여가부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2015년 조사한 학교를 포기하는 주된 이유를 살펴보면 폭력·왕따 문제 등은 10%에 그치고 있다. 사회에서 인식하고 있는 ‘학교내 문제아→학업포기 →비행청소년’이라는 고착화된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학교 밖 청소년 중 소년원·보호관찰소에 입소해 있는 청소년들조차 학교를 그만둔 대부분의 이유는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43%)’ ‘공부가 하기 싫어서(36.5%)’ 등 지극히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이는 학교내 청소년들도 항상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가정환경·경제적 여건 등 외적인 문제가 학교를 떠나게 하는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일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건의 중심에 서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원과 상담 등 작은 관심으로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박선옥 여가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 과장은 “청소년 시기는 학교 안이든 밖이든 여러 상황을 겪기 마련이다. 다만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들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을 때 더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문제”라며 “아이들이 사고를 칠 수밖에 없는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들을 돌봐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변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밖 청소년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고, 문제를 일으켰을 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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