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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2주년]강수진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 아는 것이 열정적 삶의 원동력”

[창간 12주년]강수진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 아는 것이 열정적 삶의 원동력”

기사승인 2017. 11. 13.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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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은 세계적 수준, 갈고닦은 실력 널리 알리고파
강수진 인터뷰3
/사진=정재훈 기자 hoon79@
‘열정’.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 수장으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강수진(50)을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단어다. “잠은 무덤에서 자면 된다” “내 경쟁자는 어제의 강수진”이라 말하는 그녀는 주어진 순간마다 열정을 다해 살았고, 그 열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아시아투데이 창간 12주년을 맞아 한국 발레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강철 나비’ 강수진을 만났다.

아시아투데이 전혜원 기자 =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최연소 나이로 입단,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가상 수상, 최고 장인 수준의 예술가들에게 장인의 칭호를 부여하는 캄머탠저린(궁정 무용가)에 동양인 최초로 선정….

‘최초’ ‘최고’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강수진의 화려한 이력 뒤에는 남모를 무수한 고통의 시간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18시간을 연습했고, 하루에 3~4켤레의 토슈즈를 갈아 신었다. 심지어 연습 도중 발가락뼈가 부러졌는데도 진통제를 먹고 발을 붕대로 감싼 채 연습을 계속 했을 정도다.

2001년 공개가 된 그녀의 울퉁불퉁한 상처투성이 발 사진은 이러한 인고의 시간을 증명해준다. 고은 시인은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은 그녀의 성공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녀의 발을 한참 들여다보고 나를 들여다본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극장에서 ‘오네긴’의 타티아나 역을 마지막으로 발레리나로 은퇴한 이후에도 여전히 잠잘 시간을 쪼개가며 국립발레단을 이끌고 있는 강수진. 그녀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열정적으로 살아야지’ 이러면서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새로운 하루가,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합니다. 여러 힘든 과정을 거쳐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게 바로 열정적으로 사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또한 그녀는 열정의 원동력으로 자신의 ‘남편’을 꼽았다.

“사랑하는 남편도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부부인 동시에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제가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지요.”

강수진의 터키인 남편 툰치 소크멘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무용수 출신으로 그녀와 20년 열애 후 2002년 결혼했다. 소크멘은 국립발레단에서 게스트 코치 겸 어드바이저로 활약 중이다. 그녀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세 번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무조건 남편과 결혼할 것”이라며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강수진은 “남편을 1989년부터 만났는데 예전보다 지금 더욱 더 깊은 사랑을 하고 있다”며 “남편은 남을 많이 생각하고 배려하는, 성품이 착한 사람이다. 그런 남편을 만난 것도 나의 복”이라고 얘기했다.


강수진 인터뷰
사진=정재훈 기자 hoon79@
◇한국 발레 높은 수준, 세계인에게 보여주고파

강수진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은 이달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특별공연으로 ‘안나 카레리나’를 선보였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대작에는 예산 20억원이 투입됐다.

강수진은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축제를 위해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선택했다. 한국 발레의 세계적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의 드라마 발레 ‘안나 카레리나’는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인근의 강릉 올림픽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 10~11일 양일간 공연된다. 또한 다음 날인 2월 12일에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이 안무한 ‘허난설헌-수월경화’도 함께 선보인다.

‘허난설헌-수월경화’는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 안무가로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 받은 강효형의 첫 전막 작품이다. 강효형은 이 작품으로 올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국립발레단이 ‘왕자 호동’ 이후 8년 만에 도전한 전막 창작 발레다. 지난 5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초연했다. 이어 6월 콜롬비아와 9월 캐나다에서 공연되며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는 등 큰 호평을 받았다.

강수진은 이 작품에 관해 “강효형이 허난설헌이라는 천재 여류시인의 삶에 대해 작품화하고 싶다고 했을 때 굉장히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적인 뿌리, 한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는 우리의 젊은 안무가가 이 시대에 맞게 세련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강수진이 국립발레단을 이끌며 이뤄낸 가장 대표적인 성과이기도 하다.

“단원들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생각했던 이상의 성과가 나왔어요. 지금 국립발레단은 테크닉이나 표현력 등 여러 측면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발레단입니다. 어떤 작품을 해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수준이에요. 이렇게 갈고닦은 결과를 평창올림픽 공연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녀는 올 초 임기가 연임돼 2020년 2월까지 국립발레단을 이끌게 됐다.

“한국 관객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고 발레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지방 공연을 하면 할수록 이전과 많이 달라진 분위기를 느낍니다. 발레의 대중화와 동시에 단원들의 높은 수준을 유지시키고 더욱 발전시킬 작품들을 앞으로 하고 싶어요. 국립발레단 단원들을 보면 한국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팀워크라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한마음으로 큰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 해서 운이 좋다...강아지에게서 많이 배워

강수진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과 강아지 ‘써니’와 함께 하는 일상도 전했다.

이번 추석에 처음으로 “집에서 쉬었다”는 그녀는 “휴가라는 것이 별로 없이 살았다. 집 아니면 일하러 가는 건데, 사실 그 자체를 즐긴다.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나는 운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써니에 관한 남다른 애정을 피력했다.

“예전부터 강아지·고양이를 많이 키웠어요. 저는 ‘강아지님’ ‘고양이님’이라고 불러요. 동물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죠. 또한 슬픈 일도, 기쁜 일도 함께 겪는 동반자이니까요.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은 동물은 사랑을 주면 받고 그대로 돌려준다는 거죠. 힘들 때 써니를 보면 ‘인생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써니처럼 밥을 먹으면 행복하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알면 되는 거 아닌가요.”

지난 8월 그녀는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인플루엔셜)라는 책을 펴냈다. 4년 전 펴낸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에 이은 두 번째 자전 에세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수많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넘어지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날아올랐다가 곤두박질쳐 망신을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인생에서 넘어지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일어서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프다고 주저앉으면 그 무대는, 그 인생은 거기서 끝난다.”


강수진 인터뷰7
사진=정재훈 기자 hoon79@
◇강수진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2년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로 유학 갔다. 1985년 스위스 로잔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했다. 1986년 세계 5대 발레단인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당시 최연소로 입단했다. 입단 7년 만인 1993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1999년 ‘카멜리아 레이디’ 마그리트 역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2007년 독일 정부가 최고의 장인 예술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부여하는 칭호 ‘캄머탠저린’을 받았다. 2014년부터 국립발레단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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