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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2주년 특집인터뷰] 박상진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창간 12주년 특집인터뷰] 박상진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기사승인 2017. 11. 1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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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인터뷰
박상진 법무부 통일법무과장이 12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 내 사무실에서 가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을 대비한 여러 법적 문제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법무부 통일법무과는 남북교류협력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법률문제를 검토해 통일부 등 타 정부부처에 자문해주고, 통일 이후 남북의 법률통합 준비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 등을 책임지는 곳이다.

12일 통일법무과를 이끌고 있는 박상진 통일법무과장(45·사법연수원 31기)을 만나 통일을 대비한 법무부의 준비 상황과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 그리고 통일 이후 예상되는 법적상황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박 과장과의 일문일답.

-법무부 통일법무과를 소개하면.
“통일법무과는 독일 통일 직후인 1991년 6월 법무실 내에 구성된 ‘통일법연구단’을 시초로 1992년 2월 ‘특수법령과’로 공식 출범한 후 2008년 ‘통일법무과’로 명칭이 변경됐고 현재 부장검사인 저를 포함한 검사 4명, 사무관 및 직원 12명 등 총 16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통일법무과에서는 통일에 대비한 중장기 법무계획 수립과 관련 법령안 기초 마련, 국가통일정책 수행에 대한 법적 지원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법률지원 등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다.”

-남북통일을 대비해 법무부에서는 그동안 어떤 준비를 해왔고 또 현재 하고 있나.
“우리 헌법 4조가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위해서는 그 전제로 대화와 교류를 통한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이 필요하고, 이는 법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2009년 북한 정치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측 인원을 5달가량 억류하면서 형사사법권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고, 금강산 관광사업의 중단 과정에서 우리 측 재산의 처리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렇듯 남북교류협력 과정에서 신변안전과 투자보장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법무부는 과거 사례 등을 분석해 법적 미비점을 분석하고 법제도적 해결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통일은 헌법가치와 법률의 통합을 통해 완성되는 만큼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법률통합 방안 등을 연구하고 실무적인 준비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통일법제 법률전문가 양성과 민간의 통일법제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무부가 그간 연구해온 결과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통일 이후 법률의 통합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법률통합’은 서로 다른 두 체제의 법체계와 개별 법령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두 체제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어느 한 쪽의 법령이 그대로, 또는 일부만 수정돼 적용되는 방식으로 법률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체제의 차이가 클수록 민·형사법 등 법률 분야별로 검토돼야 할 쟁점이 많아지게 된다. 통일이 서로 다른 법체계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소한 법체계에 적응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된다면, 실질적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독일과 예멘의 통일사례에 비춰봐도 성공적인 법률통합이 통일 이후의 실질적인 통합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바람직한 법률통합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통일 이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선진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보면서 갑작스런 통일에 일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독일의 법률통합 작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경우 동독의 각 주가 서독의 연방에 가입하는 형태로 통일이 이뤄지면서 통일조약을 통해 연방법이 구 동독지역에 확장 적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럼에도 기본법(헌법)과 연방법, EU법에 배치되지 않는 구 동독지역 주법은 계속 적용되게 했고, 부속의정서를 통해 구 동독지역에 개정돼 적용되는 연방법, 일정한 기준 하에서 적용되는 연방법, 적용이 배제되는 연방법 등을 개별 법률마다 자세히 규정하고, 구 동독법의 예외적인 계속 적용에 관한 기준도 마련하는 등 점진적인 법률통합 방식으로 법적 혼란을 최소화했다. 물론, 연방국가인 독일과 우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독일은 연방국가의 특성상 원래 각 주의 법제도의 차이가 인정돼 완전한 법률통합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과 구 동독의 법제도가 형식적으로나마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요소가 존재했다는 점이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남북통일의 경우, 통일 초기에 북한지역 주민들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통일법제 전문가 양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통일을 향해가는 과정에서나 통일 이후 실질적 통합을 위해서는 이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률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직후 법률가 120명 규모의 ‘내독관계특별부서’가 연방 법무부 내에 설치돼 통일조약 체결과 법률&#8231;사법 통합 관련 입법을 지원했고, 통일 이후에는 연방 법무부에 8개 과로 구성된 제5국(통일국)이 설치돼 ‘동독정권에 의한 피해에 대한 복권과 보상 문제, 동독지역 재산권 반환 문제, 동독지역 사법기구 개편 및 지원’ 등을 담당했다. 이에 법무부는 통일 대비 법률전문가 양성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현직 법률가, 로스쿨생 등 예비법조인을 상대로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는 2014년 첫 번째 과정을 개설한 이래 지난 3년간 매 기수별로 10개 강좌를 개설해 총 5기를 운영했는데, 그 동안 280여명의 법률가들이 참여했고, 올해 제6기 과정에도 60여명의 법조인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통일 이후 북한지역의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의 소유권은 어떻게 정리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동서독 정부는 몰수 또는 국가 소유로 전환된 재산을 원칙적으로 원소유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반환하고, 다만 원소유자는 원상회복 대신 보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유권 분쟁이 극심해지고 동독 지역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자 이를 시정하기 위해 1992년 7월 ‘투자우선법’이라는 새로운 입법조치를 통해 구 동독지역의 몰수토지 등에 대한 투자자의 투자 신청이 있을 경우 구 소유자의 원상회복청구권을 제한하고 보상을 해주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통일 이후 북한지역 토지를 원소유자나 상속인에게 반환해 줄 것인지, 혹은 과거 북한토지 소유권을 일괄적으로 소멸시키고 보상을 해 줄 것인지 등은 결국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를 거쳐 결정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률적인 준비를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이 3만명을 돌파했다. 남북 주민의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북한이탈주민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법률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검사가 매월 하나원을 방문해 법률교육을 실시하고, 북한이탈주민 전담 법무담당관이 법률상담과 소송구조 연계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만화로 된 법률교육 교재인 ‘남북한 법률용어 비교자료집’과 ‘탈북민 법률상담 사례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또 금년에는 ‘탈북민 전용 모바일 법률상담’ 서비스를 개시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를 입력하고, 메인화면에서 ‘무료 법률상담 신청’을 클릭하면 회원 가입 없이 휴대폰 본인 인증만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북핵 문제 등으로 남북교류가 막혀 있는데, 교류협력이 재개되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북교류협력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상사분쟁을 비롯한 법적 분쟁을 해결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그 해 9월 ‘개성공단에서의 남북상사중재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부속합의서’가 채택됐고, 2014년 3월 우리측 상사중재위원회와 북측 상사중재위원회가 만나 중재규정 마련 등을 위한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가 되지 않았고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향후 남북교류가 재개된다면 상사분쟁 등 법적분쟁 해결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통일은 오랜 분단으로 이질화돼 있는 남북 간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 이를 반영하는 법제도의 괴리를 극복하고 남북주민 모두가 행복하게 상생할 수 있는 삶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통일이 남북주민 간의 실질적 통합을 이뤄내고 특정 소수, 특정 계층이 아닌 남북주민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위해서는 통일을 향해가는 과정에서나 통일국가를 완성하는 단계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이 관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록 남북관계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남북관계의 변화와 통일 상황에 대비해 북한전문가, 정책실무자, 법률전문가 등이 협업해 남북교류협력과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문제들을 사전에 세밀하게 점검하고 해결 방안을 연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국민들이 ‘과연 통일이 올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고 통일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 북핵 문제가 잘 해결돼 다시 남북 간 대화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당연히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높아질 텐데, 대화의 길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앞길은 우리가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민관이 합동해서 대화와 교류를 통해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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