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포항 지진 르포]“여진불안, 집잃은 절망에 추위까지” 지진 이재민의 三重苦

[포항 지진 르포]“여진불안, 집잃은 절망에 추위까지” 지진 이재민의 三重苦

기사승인 2017. 11. 19. 17:2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제는 또 어디로<YONHAP NO-1493>
19일 오전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진 피해 이재민이 대피소를 옮기기 위해 체육관을 떠나고 있다. 포항시는 이날 사생활 보호와 건강 및 위생문제를 우려해 흥해실내체육관에 모여있는 이재민을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 /연합
19일 오전 1시18분. 또다시 엄습한 2.0 규모의 여진이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새우잠을 자던 이재민들의 선잠을 깨웠다. 전날부터 갑작스레 낮아진 기온에다,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몸의 감각은 작은 진동에도 머리칼을 쭈뼛쭈뼛 서게 했다.

일부 이재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생각보다 더디다며 불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새벽 31시간여 만에 발생한 여진은 이후 세 차례 더 요동치며 흥해체육관 대피소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아~ 거 좀 조용히 하소.” 대피소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몇몇 사람들은 여진에 놀란 이들의 비명 소리에 불만을 나타내는 등 여전한 혼란 속에 대피소 5일차 생활을 맞았다.

흥해체육관의 이재민 800여명은 계속되는 여진의 불안감과 집을 잃은 절망감 속에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이날 오전 영하 1도까지 내려간 기온은 이재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여기에다 많은 인원이 수용돼 위생 문제로 인한 환자 발생 등의 문제도 발생하자 주변 학교로 대피소 임시 이전이 결정됐다.

포항재난대책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대피소를 임시로 옮기도록 이재민들을 독려했다. 1㎞ 남짓한 곳에 있는 남산초등학교에 350여명이, 흥해공업고등학교에 6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대피소가 마련됐다. 짐을 싼 가방 몇개와 제공받은 물품을 담은 박스를 등에 매고 손에 쥐고, 머리에 이며 걸어서 이동하는 이재민들은 영락없는 전쟁 난민 같았다.

예상보다 많은 이재민이 몰린 흥해공고에선 서로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다툼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뒤늦게 와 자리를 못잡은 사람들은 또 다른 임시 대피소인 남산초등학교로 발길을 돌리면서 “추운 날씨에 대피소를 다시 옮겨야 한다”며 포항시 관계자들을 향해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개별텐트 설치된 이재민 대피소<YONHAP NO-2157>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기쁨의교회에 마련된 지진 피해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기쁨의교회 대피소에는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개인용 텐트가 설치돼 있다. /연합
다시 개장할 흥해체육관 대피소는 장기간 머물러야 할 이재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텐트와 칸막이를 설치하고, 온열매트도 제공된다. 또 대피소가 너무 분산돼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현재 흥해체육관을 비롯한 12곳에 운영 중인 대피소를 4~5곳으로 통합운영된다.

집을 잃은 주민들의 불평에도 재난대책본부 공무원들은 고개만 숙였다. “재난상황이라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을 줄 안다. 피해 이재민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여러 자원봉사자 분들과 함께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부족하더라도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이재민들을 달래기도 했다.

이재민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것은 각계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다. 지진 발생 첫날부터 하나둘씩 모인 자원봉사자는 닷새째인 19일에만 1300명을 넘어섰다. 소속 기관·단체. 기업체 별로 수십 명씩 짝을 이뤄 휴일도 잊은 채 새로 이전한 대피소와 기쁨의 교회 등에서 이재민을 보살폈다. 5일간 활동한 자원봉사자만 6000명에 이른다.

봉사자들은 피해가 큰 북구 중앙동을 비롯해 이재민이 대피한 기쁨의 교회에서도 지역 자생단체와 기업, 개인들이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급식과 청소도 하고 있다.

SNS상에서도 ‘힘내라! 포항!’ 지진피해 1만원 성금모금 캠페인 등 다양한 형태로 이재민 구호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