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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환위기 20년…‘금모으기’의 힘 다시 결집할 수 없는가

[사설] 외환위기 20년…‘금모으기’의 힘 다시 결집할 수 없는가

기사승인 2017. 11. 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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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21일 밤 10시 20분,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비장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의 마이크 앞에 섰다. "정부는 금융·외환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유동성 조절자금을 긴급지원해 줄 것을 요청키로 결정했다"고 그는 상기된 모습으로 말했다.
  

한보·기아자동차 등 굵직한 그룹들이 연쇄부도로 쓰러지고 경제위기설이 파다하게 확산되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은 39억달러까지 급감했다. 그 후 IMF의 긴급자금 195억달러가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지원됐다. 금리의 대폭인상 등 각종 굴욕적인 조건이 뒤따랐다. 이듬해부터 수년 동안 30대 재벌 중 16개가 퇴출됐고 은행 16개가 사라졌다.
 

그런 다음에야 한국경제는 겨우 숨통이 트였다. 이런 배경에는 국민들의 금모으기운동 등 애국심과 단합을 빼놓을 수 없다. 21일은 이처럼 임 전 경제부총리가 IMF 구제금융을 공식요청한 지 딱 20년이 되는 날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전문가 48명과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외환위기 20년 평가와 향후전망'이란 설문조사결과를 펴내 주목을 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외환위기 때처럼 '다시 경제가 어려워지면 외국빚을 갚기 위해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37.8%나 됐다.
 

국민 10명중 4명이 금모으기 운동에 부정적이었다. 온 국민이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똘똘 뭉쳤던 2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다시 금모으기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여론은 29.2%에 그쳤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경제에 대해 각종 거시경제지표를 내보이며 낙관적인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일부 국제경제기구들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3.0%에서 3.2%로 상향조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정부와 경제주체들이 구조조정과 규제 및 노동개혁 등 각종 혁신적 경제정책 추진에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때 가능한 일이다. 또 20년 전 금모으기처럼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가 하나로 모아질 때 할 수 있는 일이다.
 

임 전 부총리는 이에 대해 외환위기 당시 이루지 못한 개혁이 아직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과 노동계의 저항으로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지금 국내 정치판에서는 경제 살리기나 규제혁파, 노동개혁이란 말이 사라졌다. 국론통일, 국민소통, 여야협치라는 말도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말은 '적폐청산'뿐이다. '일자리창출'이란 말도 '공무원 증원'외에는 서서히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국민의 단결된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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