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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카카오택시’ 대박 나기 1년 전…‘H택시’ 고민했던 현대차

[취재뒷담화] ‘카카오택시’ 대박 나기 1년 전…‘H택시’ 고민했던 현대차

기사승인 2017. 11. 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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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끊긴 늦은 밤, 서울 번화가에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택시를 기다리는 이들이 줄을 잇습니다. 가입자 1500만여명, 일호출수 150만건에 달하는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모습입니다. 국내 스마트폰 요금제 가입자는 지난해 4000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카카오택시는 전국민의 4분의 1이 가입돼있습니다. 2015년 3월31일 출시 후 3년만에 2030세대 생활의 일부로 자리했지요.

카카오는 자사가 보유한 교통 관련 기능을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통합해 서비스합니다. 카카오T 앱만 켜면 카카오택시·블랙·드라이버·주차·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턴 기업용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출시해 본격적인 수익화 행보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택시회사와 제휴를 맺어 카카오택시를 현지에서 쓸 수 있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에선 카카오택시가 등장하기 1년 전이었던 2014년 현대자동차가 유사한 ‘현대택시’(H택시·가칭)의 사업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차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기사들에게 고객과 접점을 넓힐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주자는 내용이 당시 내부적으로 검토됐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굳이 우리가 해야 할까’였다고 하는 군요.

현대차는 대표적인 제조업에 속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팝니다. 자동차를 팔 때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줘서 이자수익도 얻지요. 제조업식 의사결정구조에선 신차를 개발하고 관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차를 더 많이 팔기 위한 투자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카카오택시와 같은 플랫폼 사업엔 ‘굳이’라는 의문이 뒤따랐던 겁니다. 투자한 만큼 수익이 뒤따르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도 당시 플랫폼 사업을 검토만 하다가 그만둔 이유로도 보입니다. 물론 현대차가 플랫폼 서비스를 내놨더라도 성공했을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카카오택시처럼 매력적인 캐릭터 상품이나 ‘카카오톡’이라는 전국민적인 모바일 메신저도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를 현대차가 수익성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지요.

다행히 최근엔 현대차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흔적이 엿보입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최근엔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현지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극 발굴하고 투자해 미래의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현대차는 올해 내내 변화를 위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다졌습니다. 내년엔 현대차가 발굴한 스타트업의 탁월한 아이디어가 자동차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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