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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새집증후군 앓는 공정위 기업집단국

[취재뒷담화]새집증후군 앓는 공정위 기업집단국

기사승인 2017. 11. 23.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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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새집증후군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업집단국은 세종청사 내 공간 부족 문제로 걸어서 5분 거리인 청사 밖 맞은 편 민간건물에 자리를 잡았는데요. 생긴지 얼마 안 된 건물이다 보니 특유의 새집 냄새가 진동해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수시로 환기를 해야 합니다.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지 못하다 보니 동료들과 소통이 예전 같지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그나마 구내식당이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이 많다 보니 그 또한 쉽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공정위 공무원은 최근 1년간 평균 293.9일을 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 기간 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을 제외한 근무 일수는 249일로, 남들이 쉬는 동안 평균 45일을 일한 셈입니다. 기업집단국이 있는 건물을 지날 때면 밤 9시가 넘도록 불이 켜져 있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기업집단국이 새 건물에 적응하며 업무에 임하는 동안 대기업들도 문재인 정부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현 정부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여기에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홍종학 민주당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업계 안팎에선 대기업 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홍 장관은 취임사에서 “경제가 도약하려면 중소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대전환해야 한다”며 “혁신하는 재벌엔 지원하지만 재벌 경제력 남용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과 ‘브로맨스’도 예고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워낙 친해 서로 생각을 잘 알고 있다”며 “양극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경제 회복이 쉽지 않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선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자칫 대기업을 옥죄기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달 2일 대기업 공익재단·지주사 수익구조 점검을 예고해, 대기업에선 긴장이 감돌고 있습니다. 업계 내 복수 관계자들은 “적응할 틈 없이 휘몰아치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푸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지만, 글로벌 시장과 동떨어진 규제로 발목을 잡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답과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몰아붙이는 느낌”이라며 “대기업 개혁이 이해당사자 논의 없는 새 질서의 일방적 강요로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기업집단국이 새 건물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기업 개혁도 연착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개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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