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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 낚싯배 전복]출항 9분 만에 ‘꽝’...영흥대교 밑 수로에서 충돌 가능성

[영흥도 낚싯배 전복]출항 9분 만에 ‘꽝’...영흥대교 밑 수로에서 충돌 가능성

기사승인 2017. 12. 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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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복사고 낚싯배 인양작업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를 인양하고 있다. /연합
3일 오전 6시9분께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한 뒤 뒤집혀 배에 타고 있던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선장과 승객 등 2명이 실종됐다.

인천해경은 사고 신고를 접수한 뒤 구조대를 급파, 사고 상대 선박인 급유선과 함께 긴급구조에 나섰지만 충돌로 인한 강한 충격과 사고 해역의 강한 물살 등으로 낚싯배의 인명피해를 줄이지는 못했다. 해경과 해군은 오후 6시 현재 함정 39척과 항공기 8대를 동원해 주변 해역에서 실종자 구조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출항 9분 만에 급유선과 충돌

사고는 낚싯배가 부두를 떠난 지 9분 만에 발생했다. 사고가 난 낚싯배 선창1호(9.77톤)가 선장 A씨(70·실종)와 선원 B씨(40·사망), 20∼60대 낚시객 20명을 태우고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 것은 이날 오전 6시께. 그러나 선창1호는 출항 9분 만인 오전 6시9분께 진두항 남서방 약 1마일(1.6㎞) 해상에서 336톤급 급유선과 부딪힌 뒤 뒤집혔다. 당시 바다에는 약한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선박은 정상적으로 낚시어선업 신고를 한 어선으로, 승선 정원 22명도 준수해 출항절차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생존자 서모씨(37)는 “깜깜한 데서 뭔가가 불쑥 나타나더니 배 왼쪽 선미를 들이받았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서씨는 “출항해서 10분 정도 지났는데 일행들이 뒤쪽에 배 모양 불빛이 보인다고 해 ‘배일 거야’ 라고 했는데 1분도 채 안 돼 뭔가가 들이받았다”며 “충돌 직후 몇 초도 안 돼 (배에서) 튕겨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사고 당시 친동생 서모씨(35), 동생 직장 동료와 함께 낚싯배 뒤쪽으로 나와 있었다. 그때 낚싯배에서도 어렴풋이 보일 정도로 배가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다급하게 사무장에게 소리를 쳤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충돌로 인해 배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바닷물에 휩쓸린 서씨 일행은 주변에 떠 있던 스티로폼을 잡고 버티면서 급유선을 향해 ‘살려달라’고 외쳤고, 다행히 구명조끼는 모두 입은 상태였다. 서씨 일행은 충돌한 급유선이 크레인을 이용해 그물망으로 끌어올려 가까스로 구조됐다.

서씨는 “10∼15분 정도 바다 위에 떠 있었던 것 같다”며 “저한테는 너무 길게 느껴졌기 때문에 시간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출항 당시 이른 새벽이었지만 안개가 끼거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서씨는 설명했다.

영흥도 전복사고 어선 내부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사진은 사고 어선의 내부 모습. /제공=인천해경
인천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선실 안에는 14명의 낚시객이 있었으며 사고가 나자 승객 중 1명이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을 전달받은 인천해경은 오전 6시13분 사고 해역과 가장 가까운 영흥파출소에 고속단정 출동을 지시했다. 고속단정은 오전 6시26분 출발해 오전 6시42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112신고가 접수된 지 33분 만이었다.

그 사이 낚싯배와 충돌한 급유선 ‘명진15호’ 선원들은 바다에 빠진 낚싯배 승객 4명을 구조했다. 해경은 뒤집힌 낚싯배 안에 14명이 갇혔고, 8명은 바다에 빠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과 해군 함정·헬기가 속속 사고 해역에 출동해 수색·구조에 가세했지만, 바다에 빠진 선장 A씨와 승객 B씨(57)는 오후 6시 현재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강한 물살 탓에 낚시객들이 사고 지점에서 바로 발견되지 않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도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이 된 것으로 해경은 판단하고 있다.

배 안팎에서 발견된 승선자 20명 중 의식이 없던 이들이 끝내 숨지면서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생존자 7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특히 선체 안에서 발견된 14명 중 11명이 숨졌고,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발견된 6명 중에선 2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선실에 있던 승객들이 선박 충돌의 충격으로 기절했다가 갑자기 들어찬 물을 먹는 바람에 사망자가 늘어났을 것이란 견해도 밝히고 있다. 해상 표류자 중 사망자보다 선실 내 사망자가 많은 이유다.

해경은 이날 오후 1시 사고 해역에 크레인 바지선을 투입해 낚싯배 인양작업에 착수해 사고 10시간 만에 인양에 성공했다. 해경은 바지선 위로 올려진 선체를 수색했으나 실종자는 찾지 못했다.

해경은 낚싯배와 급유선이 바다에서 충돌한 이유가 해상교량 밑 좁은 수로를 지나기 위해 운항하다가 부딪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기상 상황이나 출항신고 등 선창1호의 운항 준비 과정에선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두 선박이 영흥대교 교각 사이의 좁은 수로를 통과하려다가 충돌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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