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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과 조건 없는 대화 언급한 틸러슨, 대북기조 변화인가

[사설] 北과 조건 없는 대화 언급한 틸러슨, 대북기조 변화인가

기사승인 2017. 12. 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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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2일 북한과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첫 번째 직접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D.C.에 있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에서 "우리는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기꺼이 첫 만남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은 북과의 조건 없는 만남과 관련 "사각 테이블, 둥근 테이블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격식을 따지지 않고 폭넓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북한이 (무기개발) 프로그램들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틸러슨은 그러면서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외교적 노력들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한 대화 의지의 표명이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회동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면서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 행정부와 국회에서는 선제타격론이 대세였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심지어 내년 3월 이전에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북한은 유엔사무차장을 불러들여 평화공세를 펼쳤고, 러시아에 미국과의 대화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도 대화를 압박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대화의 조건이다. 지금까지는 핵·미사일을 포기하거나 최소한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조건을 달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북핵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 선제타격 명분 쌓기, 대화에 대한 북한 반응 떠보기, 대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전제 조건 없는 대화의 속내를 알기는 쉽지 않다.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대화는 의도가 어디에 있든 북한의 입지를 넓혀준다고 봐야 한다. 자칫 현재까지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는데 북한으로서는 춤을 출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에 나설 경우 한국은 입지가 무척 좁아진다. 김정은이 한반도 운전대를 잡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어 하는 걱정이다. 정부는 한·미관계가 북한에 의해 틈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북·미간 직접 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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