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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코스닥시장은 정말 침체되었나

[취재뒷담화]코스닥시장은 정말 침체되었나

기사승인 2017. 12.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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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나 금융당국이 줄기차게 강조하는 말 중 하나가 코스닥시장의 ‘침체’입니다. ‘박스피’ 탈출로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시장은 상대적으로 가라앉아 있고, 벤처·혁신기업의 자금조달과 회수시장 역할도 미진하다는 뜻입니다.

지난 11월 2일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당국도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며 코스닥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과 회수를 뒷받침하기 위한 코스닥 활성 방안을 늦어도 내년 초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반면 이런 뉴스도 들립니다. 11월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142조4218억원으로 집계돼,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대금 137조9341억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입니다. 11월 코스닥 거래대금은 1996년 7월 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대치입다. 침체된 시장의 거래대금이 역대 최고치라니, 코스닥이 정말 침제되긴 한 걸까요?

데이터를 살펴봐야겠습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의 연도별 누적거래대금은 2013~2014년 400조원대에서 2015년 869조원으로 크게 뛰었습니다. 지난해도 831조원을 기록한 누적거래대금은 올 들어서도 13일 기준 827조원대입니다. 이대로면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게 확실합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2013~2014년 1조원대에서 2015년 3조5214억원, 2016년 3조3958억원, 올 13일 기준 3조5656억원을 기록중입니다. 이에 비해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5년 5조원대에서 지난해 4조원대로 주저앉았다가, 올 들어 랠리를 타고 5조원대를 회복했습니다. 거래대금 추이만 보면 오히려 코스피시장 활성화가 더 긴요하지 않을까요?

국가 경제규모와 비교해도 코스닥 침체론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이미 2부시장의 개념을 넘어선지 오래인 미국 나스닥을 제외하면, 코스닥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은 14.1%(11월 기준)에 달합니다. 이는 중국 선전거래소의 중소반(13.4%), 도쿄거래소 2부시장(2%)를 뛰어넘은 수준입니다. 시가총액과 상장기업 기준으로도 코스닥은 제외한 신시장 중 세계 3위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거래대금, 상장기업 수, 시가총액 등 주요지표가 이미 세계 상위권임에도 ‘침체’나 ‘활성화’를 강조하는 거 대체 어떤 연유일까요? 창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회수를 코스닥 상장(IPO) 확대로 해결하고픈 관료주의적 접근법 때문은 아닐까요?

IPO를 통한 회수시장 활성화가 뜻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년(2103년 11월~2017년 10월)간 코스닥 상장 기업 수는 291개에 달합니다. 이전 4년에 비해 50%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상장이 어려워 회수시장 역할을 못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러는 사이 코스닥 거래의 90% 이상은 여전히 개미들의 차지죠.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은 “계획이 없다”는 실세 이사장의 말로 머쓱해진 상황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코스닥의 활성화보다 ‘건전화’가 필요한 건 아닐까요? 코스닥 시총은 코스피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거래대금은 코스피를 앞설 정도입니다. 그만큼 회전율이 높다는 뜻으로 ‘폭탄 돌리기’가 일상화된 시장이라는 의미입니다. 기관투자자 유입 확대, 시장 확대에 발맞춘 투자자 보호책 등 코스닥의 체질개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애꿎은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코스닥 투자의 90%를 차지하는 개미들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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