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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다시 논란 중심에 선 선행교육금지법…“사교육 현실 반영해야”

[신년기획] 다시 논란 중심에 선 선행교육금지법…“사교육 현실 반영해야”

기사승인 2018. 01. 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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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공교육만 규제하는 선행교육금지법 논란…사교육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
전문가들 "교육 양극화 심화될 것…사교육도 제재할 수 있게 법 개정 필요"
추석 연휴의 다른 풍경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연합
교육당국이 올해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교실에서 영어 수업을 전면 금지하자 시행 3년째를 맞는 이른바 ‘선행교육금지법’(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법은 무너진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나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은 사라지지 않고 더 성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교육계에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사실상 교육 양극화만 부추긴다며 사교육의 선행교육 현실까지 고려해 법을 개정하고 공교육도 내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을 이었다.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교실에서 영어 수업이 전면 금지된다. 초등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도록 한 ‘선행교육금지법’에 따른 조치다. 2014년 9월부터 시행된 선행교육금지법 제8조1항은 “국가 교육과정과 시·도 교육과정에 따라 편성된 학교 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서는 아니 되며, 방과후 학교과정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가 교육과정상 영어는 초교 3학년부터 배우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초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도 선행교육금지법에 따라 금지돼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법 시행 전인 2014년 당시 학부모들의 반발은 거셌다. 이들은 “현실성이 없다” “사교육 시장만 배불릴 것”이라고 비판하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한시적 조항을 둬 오는 2월28일까지 방과후 학교에서의 영어수업을 허용했던 상황이다.

문제는 선행교육금지법이 공교육에서 이뤄지는 선행교육만 금지했다는 점이다.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으로 출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대학 입시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내는 것도 금지했다. 이로 인해 교육과정 안에서만 시험문제를 출제하도록 해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줄어 들었다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렇게 초등 1·2학년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영어수업을 못 받게 되면 그 수요가 당연히 사교육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세계화 시대인 만큼 영어는 빨리 배울수록 좋다고 본다”면서 “학교에서 못 배우게 되면 그 수요는 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기에 과거 정부도 초등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했던 건데, 학교에서 수업을 안하고 공부를 못하게 하는 것은 비싼 돈을 지불하며 각자 가정에서 알아서 공부시키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사교육업체를 처벌할 규정이 없으므로 학원이나 과외를 통한 선행교육은 더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교육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선행교육금지법에서 공교육뿐 아니라 사교육도 같이 금지했으면 상관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교육을 법적으로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돈의 차이가 학습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도 “실제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 일부 학부모들은 내신 성적을 걱정할 필요 없이 최대한 고등학교까지 진도를 뺄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부유한 가정은 비싼 과외를 시킬 것이고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없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따라서 사교육을 제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한편,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사교육 시장의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현재는 사교육의 선행교육을 처벌할 수 없다. 교육당국이 관리감독을 하더라도 시정명령밖에 못한다. 학원의 과도한 선행교육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를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통계청 조사를 보면, 사교육을 하는 이유 1위는 취업, 2위는 서열화된 대학 진학”이라며 “교육적 측면에서 학원에서 선행학습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내실화해야 하고 교육 외적으로는 취업·고용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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