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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할머니들 뜻에 어긋난 위안부 합의, 대통령으로서 죄송”

문재인 대통령 “할머니들 뜻에 어긋난 위안부 합의, 대통령으로서 죄송”

기사승인 2018. 01. 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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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청와대 오찬
文대통령, 청와대 오가는 길 국빈급 에스코트 지시
위안부 피해 할머니 반갑게 맞이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할머니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지난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해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위안부피해 할머니 8명을 청와대로 단독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으로 대통령비서실 의전차량을 보내 할머니들을 청와대까지 안내했고, 경찰과 대통령경호처를 통해 국빈이동 때와 같은 수준의 에스코트를 지시했다. 또 대부분 고령인 할머니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구급차가 함께 이동하도록 했고, 오찬이 끝난 후 할머니들의 귀가도 같은 방법으로 예를 갖추도록 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청와대 본관 현관에서 일일이 할머니들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을 전체적으로 청와대에 모시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한자리에 모시게 되어 기쁘다”며 “국가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 못된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영화 ‘아이캔스피크’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는 “내 나이 90에 청와대 근처에도 못 와봤는데 문 대통령께서 당선되고 벌써 두 번이나 청와대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 국빈만찬에 초대된 바 있다.

이 할머니는 “2015년 12월 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며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며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로 애쓰시는데 부담 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며 “국민이 피해자 가족이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세계평화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대통령이 바뀌고 할 말을 다해주시니 감사하고 이제 마음 놓고 살게 됐다”며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원통한 마음을 문 대통령에게 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느냐”며 “사죄만 받게 해 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말했다.

열세 살 꽃다운 나이에 평양에서 끌려간 길원옥 할머니는 ‘한 많은 대동강’을 부르는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지난해 ‘길원옥의 평화’라는 제목의 음반을 낸 길 할머니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음반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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