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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몸값’ 떨어진 초대형IB 발행어음

[취재뒷담화]‘몸값’ 떨어진 초대형IB 발행어음

기사승인 2018. 01.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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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새해 들어 처음 열리는 금융위원회의 증권선물위원회로 쏠렸습니다. 이날 증선위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업계는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쏠렸습니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국내 2호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인가건이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라는 뉴스는 오보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NH투자증권 인가 건은 이날 아예 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NH투자증권의 K뱅크 인허가 특혜 문제와 지난해 상반기 자본건전성(부채비율) 등이 금감원 심사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업계와 언론의 예상이 빗나가자 금감원은 “최대한 빠른 심사를 통해 조만간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증권업계의 화두는 단연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등장이었습니다. 특히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만 가능한 신사업으로, 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거란 기대가 컸습니다. 금융당국도 빠른 시일 내에 NH투자증권의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업계에선 ‘이미 김이 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앞서 KB증권은 아예 심사 자체를 자진 철회했고,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미래에셋대우도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7000억원 증자라는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11월 1년만기 발행어음 이자를 2.3%로 정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지만,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된 터라 자칫 역마진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사업자 인가가 추가될 경우 업체 간 경쟁이 심화돼 기대했던 수익률에 미치지 못할 거란 전망이죠. 더욱이 최근에는 코스닥 일거래대금이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브로커리지 수익이 급증해 굳이 발행어음 사업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됩니다.

발행어음 사업은 정부의 혁신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수탁금의 50%를 기업금융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죠. 사업 인가에 대한 당국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초대형 IB의 의욕적인 출범 이후 관련 핵심사업 인가가 따로 노는 상황이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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