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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냐 상도덕이냐…난감한 ‘동남아 진출’ 해외기업들

돈이냐 상도덕이냐…난감한 ‘동남아 진출’ 해외기업들

기사승인 2018. 01. 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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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리커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려는 기업엔 남모를 애환이 있다. 경제성장률이 높지만 경영 청렴도가 낮은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뇌물을 제공해서라도 수익을 창출하느냐 상도덕을 준수하느냐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상황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12일(현지시간) ‘외국기업이 동남아에서 부패 관행을 감수하려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동남아 지역에 새로 온 많은 (해외)기업과 투자자들은 소규모 뇌물 수수가 사업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뇌물 수수·담합·부패 등 전통적인 사기 수법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반적으로 동남아 국가들은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16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다. 7위에 오른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대다수 동남아 국가들의 순위는 평균 이하였다. 176개국 가운데 캄보디아가 156위를 기록했고 이어 필리핀 101위·인도네시아 90위·말레이시아 55위였다.

말레이시아는 부패인식지수에서 비교적 나은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수십억 규모를 자금 세탁한 것으로 알려진 국영 투자기금 1MDB 비리 스캔들의 영향으로 시장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포브스는 설명했다.

캄보디아는 정경유착이나 뇌물 수수가 사업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TI가 지난달 발표한 ‘사업 청렴도 국가 어젠다(BICA)’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공무원은 기업과 공공 부문 거래 시 전체 거래의 59%에 금품을 요구했다. 캄보디아 기업의 66%는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해야 했다. TI 캄보디아 프레압 콜 소장은 “캄보디아는 너무 오랫동안 낡은 관행을 유지해 왔다”면서 “전문적인 법적 체계 확립과 함께 반부패에 관한 교육 및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고 청렴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난감한 입장이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지난 7일 “싱가포르 정부가 점점 더 많은 기업에 해외 진출을 하라고 등 떠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요 무역국인 필리핀·말레이시아 등의 사업 청렴도가 낮아 싱가포르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부패가 심한 동남아에서 상도덕을 지키면서 사업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부패를 동남아 지역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지만, 동남아의 사업성에 여전히 매력을 느낀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본사는 미 상공회의소 싱가포르 지사와 공동조사해 작년 9월 발표한 ‘2018 미국·아세안 경제 전망 조사’에서 “동남아는 경제 성장 및 확장 잠재력이 크다”며 “특히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아 전역의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기업들은 뇌물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을 펼칠 방법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NUS)의 막 유엔 틴 교수는 “기업의 내부 감사·윤리강령 및 내부고발 정책에 대해 제삼자의 감사가 필요하다”며 “안정된 보상 시스템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NTU)의 알프레드 부 히안 용 교수도 “장기적으로 보면 뇌물 거래는 기업 고유 가치를 통한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엔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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