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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전 검증 없이 평창올림픽 ‘보안검색 장비’ 계약 …안전불감증 도마에

[단독] 사전 검증 없이 평창올림픽 ‘보안검색 장비’ 계약 …안전불감증 도마에

기사승인 2018. 01. 1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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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 혹한에 사용할 보안장비 적합성 검토 없어
조직위 측 "장비 시현은 계약 이후 진행토록 계약서에 명시"
보안 검색장비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 내에 설치된 미국의 아스트로피직스사(ASTROPHYSICS INC.)의 보안 검색장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도입된 보안장비와 유사기종이다./김범주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직위원회가 개·폐회식 및 주요 경기장에서 사용할 보안 검색장비를 사전 성능 검증 절차도 없이 도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평창의 날씨 등 열악한 환경 조건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사전 점검 없이 보안장비 도입이 결정된 것.

세계 주요국이 선수단 파견을 공식화하면서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와 관람객의 안전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정부와 조직위의 안이한 대처로 예기치 않은 보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평창올림픽 조직위와 조달청 등에 따르면 조직위는 보안장비 조달 업체인 I사와 대회 기간 중 사용할 엑스레이(X-RAY) 검색기 265대와 문형금속탐지기(MD) 481대 등에 대한 임차계약을 지난해 10월 체결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I사를 통해 임차해 사용할 보안장비는 미국의 아스트로피직스사(ASTROPHYSICS INC.) 제품과 중국의 신페이사(Shenzhen Shenfe INC.) 제품이다. 총 23여억원에 계약이 체결됐으며 특대형 엑스레이 검색기 5대를 비롯해 대형 검색기, 일반형 검색기 등이 각각 사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 주말부터 당장 일부 검색기가 가동돼야 함에도 이들 보안장비에 대한 시현이 아직까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먼저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오는 19일과 23일부터 강원 강릉·횡계 등의 RVSS(Remote Vehicle Screening Site·원거리 차량 검색 사이트)와 평창·강릉선수촌에서 특대형 엑스레이 검색기 5대를 운용할 예정이다. 또 오는 23일에는 평창·강릉 선수촌에서, 다음 달 8일에는 강릉 컬링 센터·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서 진행될 예선전 경기에서 각각 보안장비가 운용될 계획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개막까지 1달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해당 장비들이 영하 10도를 넘는 추운 날씨와 환경에 무리없이 가동을 하는지를 확인하는 시현 작업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조직위 측은 조만간 보안장비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오작동 등 문제가 확인될 경우 개막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정비나 교체 방안도 마땅치 않아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평창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계약서에 장비 시현은 도입 계약 이후에 진행하고, 이상이 발생할 경우 계약해지를 하기로 돼 있다”며 “이 경우 납품 업체는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잘못된 장비를 납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전 검증을 안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업체가 많은 손실을 입을 것이므로 정상적인 제품을 납품할 것이라는 막연하고 안이한 업무 진행의 단면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또 평창올림픽 조직위 측이 전체 제품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중국 신페이사 제품만이라도 계약 전 성능 점검을 실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안장비 국산화를 연구하는 한 업체의 연구원 B씨는 “기온이 0도 이하로 내려가면 엑스레이 발생장치나 수신부디렉터와 같은 주요 부품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상온을 유지할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중국 회사가) 시험기관을 통해서 항온·항습 기능 등을 검증했다고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9일 개막식에는 30여개국에서 40여명의 정상급 인사가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빈의 안전을 위한 별도의 경호전담팀을 편성할 예정이지만, 보안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관객 소지품 등에 대한 검색이 세밀히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조직위 측은 “원자력안전기술원 쪽에서의 보안장비 성능 검증 절차가 지연돼 18일 장비 시현을 할 예정”이라며 “개회식 등에서는 몽골 텐트를 비롯한 난방 기구를 설치해 적절히 기계가 잘 작동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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