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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겨우 마친 현대차… 노조 계파갈등 해소 ‘숙제’

임단협 겨우 마친 현대차… 노조 계파갈등 해소 ‘숙제’

기사승인 2018. 0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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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걸친 마라톤 협상 매듭지어
3500명 추가 고용안 등 새로 포함
현장 조직 일부, 합의안 부결 주장
대의원 선거과정서 새 '불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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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9개월에 걸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매듭지으면서 파업 장기화에 따른 물량공급 차질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생산차질액이 2016년(3조1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향후 대의원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조 집행부와 현장조직 간 갈등 해소는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 해 넘긴 줄다리기에 피로 누적
16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61.0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지난 15일 실시된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4만9667명 중 4만6082명(투표율 92.78%)이 참여해 찬성 2만8137명(61.06%), 반대 1만7714명(38.44%)로 각각 집계돼 투표자 대비 과반 찬성으로 합의안을 가결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0일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달 19일 마련했던 1차 잠정합의안(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300%+280만원 지급, 중소기업 제품 구입 시 20만 포인트 지원)에 사측이 제시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추가 지급과 해고자 3인 중 1인에 대한 징계 재심·복직 검토 내용이 추가됐다. 또 생산부문 하도급 근로자 3500명을 추가 특별 고용한다. 기존 6000명을 포함하면 약 1만명이 직영화되는 셈이다.

이로써 기아차의 임단협 잠정합의안만 통과되면 길었던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파업 국면도 끝나게 된다. 한국지엠은 최근 임금협상을 끝냈고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무분규로 합의했다. 1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둔 기아차의 경우 현대차의 협상 내용을 준용해 합의해온 만큼 잠정합의안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 노조 내 계파 갈등 해결 급선무
현대차 노사는 이날 임단협 조인식을 갖고 향후 노조 대의원 선거 일정을 조율한다. 사업부 대표와 대의원 선출, 정기 대의원 대회를 통해 조직을 재정비함으로써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필두로 한 7대 집행부의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번 대의원 선거를 통해 앞서 1차 잠정합의안 부결 당시 발생했던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유를 임금·성과급이 예년 수준보다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다만 업계에선 노조 내 계파 갈등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실제 1차 잠정합의안은 같은달 22일 찬성 48.25%, 반대 50.25%로 찬성표가 반수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이는 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시 압도적인 표 차이가 발생했던 전례와는 다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내부에서 계파 간 세력 구도에 따른 반대가 많았기에 표 차이가 작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노조 내부의 정치 싸움으로 노조 집행부가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정부로 비유하면 야당 격인 노조 현장조직의 반발로 여당 격인 집행부가 사측과의 협상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1차 잠정합의안 부결 당시 현장조직의 여론 조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과정에서도 일부 현장조직이 부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단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을 매듭지으면서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로템 등 주요 계열사 입장에선 숨통이 트였다. 임금·복지 수준이 더욱 열악한 하청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는 하청업체가 1만여개의 부품을 생산해 상위 업체에 납품하는 수직적 구조가 남긴 악습이기도 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별도의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같은 조건의 임단협을 맺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며 “리스크가 큰 국내 공장의 생산능력을 해외로 일부 분산시켜 매년 가중되는 부담을 덜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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