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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중심 현장, 평택국제대교 붕괴 불렀다

비정규직 중심 현장, 평택국제대교 붕괴 불렀다

기사승인 2018. 01.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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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설계 검토 실패, 부실시공에 임시조치 급급
현장대리인 등 책임감 필요한 자리 비정규직 배치
"비상식적 운영으로 제대로 된 운영 어려웠을 것"
대림산업 "진심으로 죄송, 재발 방지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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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평택국제대교 모습.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시공사 대림산업의 부실시공과 품질관리 실패로 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평택국제대교 붕괴에 시공사 대림산업의 비정규직 남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대림산업은 회사를 대표하는 ‘현장 대리인’ 같은 중요 직책까지 비정규직으로 쓰면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고, 그 결과 사고로 이어졌다. 대림산업의 다른 현장 대부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라 현장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평택국제대교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17일 4개월의 정밀 조사 결과, 지난해 8월 26일 발생한 평택국제대교 교량 붕괴사고가 시공사 대림산업의 부실공사와 부적절한 대처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평택국제대교는 경기도 평택시 평택호를 횡단도로에 지어진 1.3㎞의 교량으로, 평택 횡단도로 4.3㎞(4차로) 건설 공사에 포함됐다.

평택국제대교에 사용된 압출공법(ILM)은 30년 이상 쓰인 비교적 안전한 공법에 속한다. 이 공법이 적용된 교량건설에서 사고가 나긴 이번이 처음으로 조사 전부터 인재(人災) 의혹을 샀다.

국토부의 조사결과 전반적인 관리 실패와 부실시공 정황이 드러났다. 우선 대림산업은 공사에 앞서 설계도서의 문제점을 찾아낼 의무가 있으면서도 하자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중앙부 벽체의 시공용 받침이 없는 것과 바닥판 슬래브 두께가 얇아 정착구 설치가 어려운 점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 또한 공사를 진행하면서는 공급사에서 제시한 제원과 다른 보강철근을 배치하고, 시공 상세도와 다른 벽체 전단철근 설치하는 등 부실공사를 했다. 더구나 공사 과정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임시방편을 취한 게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사위는 이런 부실시공의 배경에는 비정규직 중심의 현장 운영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공 상세도 작성과 회사를 대표해 현장의 문제를 보고하고 바로잡아야 할 현장대리인을 비롯한 공사·품질 담당 직원 대부분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인 현장 채용직으로 꾸려졌다. 건설업계는 비정규직 입장에서 비용이 드는 설계변경과 재시공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 같은 대기업이 가장 중요한 현장대리인을 비정규직을 썼다는데 놀랐다”며 “이는 비상식적인 것으로 막중한 책임을 지고 현장을 관리할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비정규직인데 그들이 무슨 책임감을 지고 쓴소리를 해가며 현장을 관리하겠냐”고 지적했다.

조사위원장 김상효 연세대 교수도 “현장이 관리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되면서 시공과 안전 관리에 대한 시공자·감리자의 기술적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장 주요 직책을 비정규직으로 돌려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작년 3분기 기준 대림산업 토목부문 직원 1553명 중 비정규직 비율은 무려 49%에 이른다. 평택 현장 외 다른 대림 현장에서도 책임감이 필요한 직책까지 비정규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국토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철처히 책임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사고조사가 끝나면 영업·업무정지 등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직접 위반사항을 적시해 형사처벌을 사법 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다.

이날 대림산업은 이번 사고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혔다.

윤태섭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이번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평택국제대교 공사를 마무리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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