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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속, 여유자금 남아도는데 대형투자 주저하는 삼성

총수 부재속, 여유자금 남아도는데 대형투자 주저하는 삼성

기사승인 2018. 0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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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를 연 삼성전자가 막대한 여유자금을 들고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내에 보유하고 있는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200조원을 돌파했지만, 대형 인수합병(M&A) 시계는 2016년 글로벌 전장기업 ‘하만’을 마지막으로 1년 이상 멈춰 있다. 인텔·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몸집이 커진 삼성전자가 막대한 자금을 재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빅딜’을 최종 결정하는 오너경영인의 공백때문이란 지적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2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 240조원에 가까운 수치다. 이익잉여금은 주주들과 임직원들에게 배당·상여금을 지급한 뒤 기업에 남는 자금을 말한다.

삼성전자의 이익잉여금(연결 기준)은 120조원(2012년), 149조원(2013년), 170조원(2014년), 186조원(2015년), 193조원(2016년), 207조원(2017년 9월 기준)으로 5년 동안 87조원이나 증가했다.

곳간에 돈이 쌓여가고 있지만 사장단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금의 호황을 지속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 활용과 관련, 최종 결정권자의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사장단은 각 분야의 전문경영인들이지만 모든 분야를 들여다보고 전사적 시너지를 높이는 대형 M&A는 오너경영인의 결단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 전까지만 해도 매년 평균 4~5건의 유망 기업들을 인수해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국내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한 것이 전부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입으면서 최종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M&A 사례들이 있었다”면서 “선장 없는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오너의 전문성은 기업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오너가 별세한 뒤 해운업 불황을 맞은 현대상선은 재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몽헌 회장 타계 후 경영권을 잡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조수호 회장이 유명을 달리한 후 해운 수장을 맡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도 2016년 해운 파동 당시 관련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 생활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면서 “그동안 각 부문의 전문경영인들이 기존 사업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왔지만,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한 경영활동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 5~10년 뒤가 깜깜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사상 최대를 찍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특히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53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삼성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2017년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뒷받침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 세계 공급 70% 이상을 쥐락펴락하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빛을 발한 시기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 수익성을 이끌고 있는 분야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지금 당장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재계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기면서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책임진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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