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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애플의 ‘입국세’와 강남의 부동산 ‘탈세’

[칼럼] 애플의 ‘입국세’와 강남의 부동산 ‘탈세’

기사승인 2018. 01. 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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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간신문을 보던 사람들은‘애플 귀국세 40조원’기사에 놀랐다. 세금 때문에 해외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 2520억 달러 (한화 270조 원)를 미국으로 들여오고 이에 따른 세금 380억 달러 (40조 원)을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금 규모에 놀라고, 이런 결단을 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이와 달리 하루 전 한국에서는 국세청이 강남지역에서 부동산 투기나 증여를 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람 843명을 조사해서 1048억 원 추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면서 528명에 대해서는 편법증여 혐의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쪽에서는 외국에 있는 돈을 국내로 가져오면서 자진해서 40조 원의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 국고를 채워주고, 한쪽에서는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탈세 등으로 국고를 축냈다가 들통이 나 1천억 원 이상의 돈을 추징당했다. 나라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지만 너무도 대조적인 얘기다.


미국에서 외국으로 나갔던 기업이 돌아오고, 일자리가 생겨나고, 경제가 살아나는 소리가 한국까지 들리고 있다. 솔직히 부럽다. 하지만 우리는 부동산 투기와 편법 증여 실태가 발표되면서 집이라도 한 칸 마련해보려는 서민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애플은 왜 40조 원의 세금을 내고 해외 돈을 미국으로 가져오려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의 법인세를 대폭 낮춰주며 투자하도록 멍석을 깔아주었기 때문이다. 세금을 낮춰줄 테니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라는 주문에 화답한 것이다.


애플의 결단을 이끌어낸 것은 파격적인 혜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법안은 해외에 묻어뒀던 자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경우 한시적으로 15.5%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기업은 8년 동안 나눠서 내면 된다. 기업에게는 이런 당근은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애플은 앞으로 5년간 300억 달러 (32조 원)를 투자해 일자리 2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과감한 투자, 일자리 창출을 통해 5년간 미국경제에 3500억 달러 (374조 원)의 직접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하나가 이 정도의 일을 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애플 기사를 보면서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략 1만2000여개의 기업이 외국에 나가있는데 이들 기업이 한국으로 돌아오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혜택도 듬뿍 주면 많은 기업들이 국내로 눈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돌아오려면 비싼 인건비, 구하기 힘든 공장부지, 노사문제, 규제완화 등 여러 문제가 풀려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공장이 돌아와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땅한 당근이 없고, 특별한 혜택도 없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벌이도 변변치 않은 주부가 4채를 23억 원에 구입했다. 강남 지역 집값이 오른다고 하니 투기를 하다 적발된 사람도 많다.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또 강남뿐이겠는가. 부모는 자식에게 주택을 물려주려 머리를 짜내고, 아들도 이에 가담하지만 결국은 다 밝혀지게 마련이다.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이에 개의치 않고 편법 증여와 탈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방 한 칸 얻으려고 이런 짓을 했다면 동정이라도 하지만 부자들이 집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부동산 투기를 하고, 편법 상속을 해서라도 돈을 모으고 싶은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 사정이 어려운 때는 이런 생각을 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결국은 당사자의 발목을 잡고, 국가 경제에도 해악만 끼칠 뿐이다.


애플이 40조 원의 세금을 내고 외국에 쌓아둔 돈을 국내도 가져오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당근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탕에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미국 운선주의’에 국민이, 기업이 보답을 한 것인데 대 환영을 받았다.


헌데 서울 강남의 투기와 편법 증여는 순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다른 사람이 고통을 받든 말든‘나만 돈 벌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세금을 추징당하고, 정도가 지나치면 구속까지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애플처럼 귀국세를 내는 기업이 늘어나고, 투기와 편법 증여를 일삼는 사람들이 줄어들 때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경제적으로 부흥하고, 사회적으로 역동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 나라 사랑 정신이 있을 때 사회정의도 실현되고, 여러 사람이 어울려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된다. 이런 기대를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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