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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미국 세이프가드 우려, 삼성·LG에 필요한 것은 “맨땅에 헤딩?“

[취재뒷담화]미국 세이프가드 우려, 삼성·LG에 필요한 것은 “맨땅에 헤딩?“

기사승인 2018. 0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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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향한 무대포 정신이 있다면 반드시 가치 인정 받을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가전업계는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당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세탁기뿐만이 아닙니다.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가 최종 발동되면 그 여파가 냉장고 등 다른 제품군으로도 튈 수 있습니다. 첩첩산중, 진퇴양난, 산넘어 산과도 같은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금 불고 있는 거대한 태풍을 피해갈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업체가 초창기 미국 세탁기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상황을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1978년 미국시장에 첫발을 디딘 이래 삼성은 미국 전역에 1만8500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으며 지난해에만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등 그동안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미국 가전시장에 뛰어든 이래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새로운 상품 개발과 혁신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

팀 벡스터 삼성전자 북미총괄장(부사장)의 얘기입니다.

LG전자는 어땠을까요? LG는 지난 2003년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일반 세탁기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낮으나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미국 드럼 세탁기 시장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생소한 브랜드의 제품인데 가격이 비싸네. 다른 회사에 없는 DD(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에 스팀기술까지 있고 내구성도 좋아…뭐야, 절전 기능도 있었잖아?’ 미국 소비자들은 이 낯선 회사의 이상한 세탁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현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특화된 제품, 이를테면 대용량·품질·내구성을 강화한 세탁기는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LG세탁기는 ‘세탁기 시장의 BMW’라 불릴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반면 과거 미국 세탁기시장 70%를 점유했던 현지 업체 월풀은 변화를 받아들일 기회가 있었지만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어쩔수 없습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방이 적입니다. 월풀과 미국 정부는 삼성과 LG를 혼내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우리 업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미국 소비자 밖에 없습니다.

전자업계 원로 임원이 저에게 해준 이야기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좀 넓나? 세탁기 AS를 받으려면 몇주일이 걸리는 거야. 하지만 한국 업체들은 그 시간을 최대한 줄였지.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날 AS를 받을 수 있게 한거야. 미국 사람들에게 이 같은 AS는 혁명이나 마찬가지였어.”

이제 남은 것은 미국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만약 삼성과 LG의 제품·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들 정부의 결정을 고깝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힘든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미국에 진출했던, 즉 오로지 소비자만을 생각했던 정신이 필요합니다. 진심을 다한 제품과 AS를 펼친다면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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