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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우선협상자에 호반, 금호타이어 전철 밟나

대우건설 우선협상자에 호반, 금호타이어 전철 밟나

기사승인 2018. 02. 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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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영삼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 연합
KDB산업은행이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 매각 우선 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하면서 자회사 새 주인 찾기 작업 칠부능선을 넘겼다. 그러나 헐값 매각 논란과 승자의 저주, 특혜 시비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해 안도하긴 이르다. 종지부를 찍을 때까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산은이 매각을 추진하던 금호타이어는 중국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하고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엎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31일 산은은 이같은 내용의 이사회 의결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매각 대상인 대우건설 주식 50.75%(2억1093만1209주) 중 40%만 우선 호반건설에서 매수하기로 하고, 잔여 지분에 대해선 풋옵션 형태로 인수를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이 본입찰에 참여하며 제안한 분할매각안을 수용키로 한 것이다. 호반건설은 매각대상 지분 50.75% 중 잔여지분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는 분할인수 방식을 제안했었다.

이는 인수·합병(M&A) 작업이 끝난 직후 대우건설의 최대주주가 변경됨으로써 자금조달 등에 애로를 겪을 것을 우려한 호반건설 측의 제안이란 설명이다. 산은은 2년 뒤 호반건설이 잔여 지분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매입보장·지급보증 형태로 리스크를 보완하기로 했다. 전영삼 산은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은 “호반 측에서 2대주주로 산은이 대우건설과 같이 가길 원했다”며 “풋옵션 지분을 들고 있기에 산은도 대우건설 경영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의무가 있으며, 경영 정상화를 이룰 때까지만이라도 불안 요소를 해소하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장에선 우려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산은이 인수가격·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우건설에 투입한 자금만 3조2000억원가량인데 호반건설은 1조6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며 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 졸속 매각이란 폄하까지 나온다. 산은 입장에선 1조6000억원가량 손절매하는 것. 산은이 2010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엔 주가가 1만5000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6000원 초반대로 주저앉은 탓이다.

이에 대해 전 부행장은 “현재 대우건설 주가를 감안하면 평균 주가 수준에서 30% 프리미엄이 붙은 공정가치를 호반 측이 제시했다”며 “헐값 매각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리”라고 반박했다. 이어 “주가가 오르기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어 장부가 이상의 매각 조건을 내걸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조기 매각 및 시장가격 매각원칙을 정했다”며 “3차례에 걸쳐 주식손상차손 인식으로 대우건설 장부가가 1조6000억원으로 낮아졌기에 산은에 추가로 반영될 손실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호반건설의 자금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돼 왔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호반건설은 2016년 기준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시공능력평가 13위의 중견 건설사인 반면 대우건설은 삼성물산·현대건설에 이어 3위권인 대형 회사로, 매출액 규모는 무려 10조9857억원이다.

호반건설이 보유중인 현금성자산은 2016년말 기준 4846억원, 1년 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대우건설 40% 지분에 대한 결제대금 1조2000억원가량을 지불해야 하는데, 절반가량을 인수금융·대출 등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후 재무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룹이 쪼개졌던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산은 측에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전 부행장은 “호반건설의 인수대금 결제를 위한 자금력은 충분하다”며 “레버리지(부채를 끌어다 자산매입에 나서는 투자전략)를 일으키든 말든 호반건설의 선택사항이며, 최종 양해각서(MOU)때 결정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과거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처럼 추가 협상 과정에서의 마찰로 매각작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현시점에선 산은의 입장과 호반건설의 시각이 같아 MOU때 최종적으로 결론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풋옵션 부분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다 합의가 됐고, 더 조율을 한다든지 협의를 할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우선협상 대상자로 중국 더블스타가 선정돼 SPA까지 체결했지만 ‘금호’ 상표권 사용료와 매각작업 기간 동안 실적이 적자전환하며 매각가 추가 할인 등에 대한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최종적으론 결렬된 바 있는 탓이다.

한편 산은은 다음달 호반건설과 MOU를 체결하고 정밀 실사를 거쳐 최종 매매계약조건을 확정한 뒤 올여름께 매매 계약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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