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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수첩, 이재용 2심은 불인정 vs 최순실 1심은 인정…이유는

안종범수첩, 이재용 2심은 불인정 vs 최순실 1심은 인정…이유는

기사승인 2018. 02. 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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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1심 재판부 "정황증거로 사용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 있다"

'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인 최순실씨의 1심 재판부가 이른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 대기업들에 대한 출연 강요 등을 뒷받침하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구체적인 이행 과정 등의 내용이 담긴 이 수첩이 법정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짐에 따라 최씨의 주요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증거능력이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말한다. 법원은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를 대상으로 혐의의 증명 정도를 판단해 유죄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정황증거로 사용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의 2심 판결과는 다소 다른 결론이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내용이 객관적 일정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기재한 것이지만, 이것이 곧바로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두 사람 사이의 내밀한 독대에서 오간 내용까지 직접 증명하는 자료가 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그에 관해 추정케 하는 간접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수첩이 간접 증거로 사용될 경우 우회적으로 진실성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며 증거능력 자체를 부인했다.


반면 최순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각종 사업의 구체적 내용이 적혀있고 이것이 최씨의 재단 설립 및 관련 활동 정황을 설명해주는 유력한 정황이 된다는 점에서 재판부는 정황 증거로 사용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정했다.


결국 피고인이 누구인지, 대통령 독대나 재단 설립 등 해당 피고인별로 문제가 되는 혐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수첩 자체의 증거능력 판단에 차이가 생긴 셈이다.


안 전 수석이 2014년∼2016년 경제수석·정책조정수석으로 일하며 작성한 63권 분량의 수첩은 박 전 대통령 등의 지시를 일자별로 받아적은 것이다.


특히 대기업 총수와 독대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이 그에게 내린 지시 등이 포함돼 있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첩을 '사초(史草)'라 표현하며 '삼성 뇌물'의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이 부회장 1심 재판부는 "업무 수첩은 대통령이 안종범에게 지시한 내용,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대화 내용 등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능력과 가치를 가진다"며 승마지원 72억여원, 영재센터 지원 16억여원 뇌물 혐의를 인정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달 5일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이 부회장 의 혐의 증명에 관해 간접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며 승마 지원 약 36억원만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했다.


이 부회장 공소사실의 '동전의 양면'과 같은 최씨의 재판에서 이날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이 다시 인정됨에 따라 수첩의 법적 효력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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