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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북정상회담을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에 빗댄 문 대통령

[사설]남북정상회담을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에 빗댄 문 대통령

기사승인 2018. 02. 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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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평창 프레스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성급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가운데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CBS 방송 인터뷰 예고에서 북·미 대화와 관련,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북한에 대해 당근은 없고 "큰 채찍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채널을 열어놓고" 북한이 대화하자고 말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남북대화가 북·미대화와 따로 갈 수 없음을 잘 말해준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상회담에 대한 속도 조절을 의미하는데 다른 말로는 회담이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속도조절을 내비친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이 올 신년사에서 관계개선을 언급한 후 김여정이 청와대를 예방, 문 대통령을 초청하는 등 남북관계는 '과속'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정상회담은 북한이 문 대통령을 초청했기 때문에 우리 측에서 답을 해야 하는 데 반드시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없인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대화채널을 열어놨다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회담을 강행하면 미국과의 동맹이 위태롭게 된다. 며칠 전만 해도 정상회담이 곧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입에서 "우물가 숭늉" 얘기가 나온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상회담은 필요하지만 핵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 핵 포기 의사가 없는데 남북정상이 만나거나 북·미 접촉을 주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상회담은 시간이 걸린다. 미국이 반대한다면 성사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에 매달리기보다 국제공조를 통한 북한 압박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정상회담이 열려도 우리가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북한이다. 우리가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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