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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우리은행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 놓고 ‘잡음’

[취재뒷담화]우리은행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 놓고 ‘잡음’

기사승인 2018. 0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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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연 경제산업부 기자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을 연기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년여 간 3000억원을 투자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우리은행은 이달 19일 차세대 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설 연휴기간인 15일부터 18일까지 차세대 시스템 도입을 위한 금융거래를 일시 중단한다고 한달 전부터 안내해왔으나, 시스템 보완 등을 이유로 설 연휴 하루 전인 14일 갑자기 도입을 연기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예고된 일이었다는 말이 무성합니다. 우리은행 측은 문제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테스트 단계에서부터 잡음이 컸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중론입니다. 통상 금융기관들은 차세대시스템 오픈 3~4개월 전부터 여러 형태의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우리은행의 경우 해당 시점까지 여·수신, 전자금융 등의 핵심업무 시스템 구축에 차질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여러차례 연기설이 나온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작년 말부터는 오픈을 늦춰야 할지에 대한 여러번의 내부 검토와 임원진 회의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줄인 점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개발사업자 SK C&C가 제시한 총 투입 인력의 수를 줄이고 우리은행, 우리FIS 실무진을 참여시켰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은행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 오는 3월까지 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업무에 로딩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일단 우리은행은 오는 5월 8일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후에도 시스템 도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담당 관계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자체 내부 감사를 실시한 바 있으나, 당시 담당자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임원의 경우 시스템 도입 무산시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는 후문입니다. 차세대 ICT 구축단 출범 이후 작년 한해에만 두번의 승진 인사를 실시하는 등 사측에서 힘을 실어줬으나, 너무 일찍부터 축포만 터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SI업계 측은 금융사들이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중도 포기 사례가 많은 배경에는 고질적인 하도급 문제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 SI업계 관계자는 “SI업계의 하도급 문제로 개발자들의 중도 이탈이 잦은 점이 시스템의 질을 낮추는 원인”이라며 “동시에 금융사 내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개발자 출신이 아닌 만큼 프로세스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도 문제”라고 토로했습니다.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이라고 말한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은행들의 갈길은 여전히 멀어보입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우리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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