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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유한킴벌리 리니언시 악용, 공정위 책임은 없나?

[취재뒷담화]유한킴벌리 리니언시 악용, 공정위 책임은 없나?

기사승인 2018. 02.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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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 담합 유도하고 리니언시로 최대 수혜…제도 불공정 논란 증폭

국감 때마다 제도 취지와 달리 '먹튀 기업'을 양산해 뭇매를 맞고 있는 리니언시 제도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135억원대 담합을 주도한 유한킴벌리가 리니언시로 인해 본사는 면죄부를 받고 대리점이 과징금 폭탄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유한킴벌리 산하 대리점들은 위법 사실은 물론 본사가 담합을 신고해 면죄 받는 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리니언시 악용은 유한킴벌리와 대리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간 시장에선 대기업이 시장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담합을 주도하고 자수하면 갑을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간 중소·하청업체들이 제재를 받는 역설이 발생해  제도 개선에 대한 주문이 잇따랐습니다. 게다가 리니언시로 면죄를 받아 해당 임직원의 고발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감안해 공정위가 유한킴벌리 직원에 대한 검찰고발 결정을 외부로 알리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제도의 불공정성 논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로 불리는 리니언시는 담합 가담자가 담합을 신고하면 제재를 감면하는 제도입니다. 최초 신고한 업체엔 과징금 100%, 2순위로 신고한 업체엔 50%를 감면해 줍니다. 담합은 적발이 어려운데다, 압수·수색권이 없는 공정위에게 리니언시는 담합을 줄일 수 있는 불가피한 제도입니다. 실제 공정위는 1997년 제도 도입 후 담합의 80%가량을 리니언시로 적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 자진신고해 과징금을 면제받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져 리니언시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합니다.

 

2011년 금영과 TJ미디어는 노래방 반주기값을 올리는 담합을 한 후, 과징금을 줄일 목적으로 ‘자수 순서’ 까지 또 다시 담합해 과징금을 나눠 낸 것이 수년 뒤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조차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적발이 불가능했습니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을 리니언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악용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공정위가 이번 기회에 리니언시의 취지는 살리되 악용을 막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길 바랍니다. 담합 주도자나 시장 최대 사업자의 경우 제재감면에 차등을 두는 등 실효성을 높이는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에 따른 관계기관 간 이해로 답보상태에 있는 논의를 공론화해 검찰과 협업을 검토하는 등 리니언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유관기관과 지혜를 모았으면 합니다. 유한킴벌리 논란을 계기로 담합을 계획하고도 리니언시로 최대 수혜를 입은 ‘주범’은 봐주고,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인 ‘종범’이 대신 처벌을 받는 ‘불공정한 결과’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캡처
김상조 공정위원장/아시아투데이 이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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