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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후약방문격 ‘재생에너지사업 환경영향평가’ 행정

[사설]사후약방문격 ‘재생에너지사업 환경영향평가’ 행정

기사승인 2018. 03. 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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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나무가 무차별적으로 깎여 나가는 풍력발전사업은 폭력적이다.” “풍력발전단지 공사이후 잠자리와 꿀벌,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가 보이지 않고 산사태가 우려된다.” 경북 영양군 양구리 풍력발전단지 인근 주민들은 지난 주말 공사현장을 찾은 김은경 환경부장관에게 이같이 항의했다.

풍력발전이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발전기시설 기반공사 등으로 인해 자연경관과 환경을 훼손하고 소음·저주파 등 또 다른 환경공해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시공사와 주민들 간 갈등도 끊이지 않아 양구리 풍력단지 시설공사는 착공 2년째 22기 가운데 공정이 50%에 그치고 있다.

이같이 전국의 풍력발전 건설지 곳곳서 주민과 시공사간 갈등이 끊이지 않자 김 장관은 이날 앞으로는 환경영향평가를 한 후 풍력발전사업 인·허가를 하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풍력발전사업 인·허가를 한 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었다.

그러나 김 장관은 풍력발전 시설공사를 하기 위해 이미 망가뜨린 자연환경과 국토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사전환경영향평가제 시행 약속이 사후약방문격임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신재생에너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체발전량의 7%에 불과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고 했었다. 이를 위해 63.8GW(기가와트) 용량의 설비가 필요하고 이 중 풍력을 28%인 17.7GW로 채우겠다고 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현재 1.2GW에 그치고 있는 풍력발전시설을 지금보다 무려 15배 이상 늘려야 한다. 풍력만 해도 그렇다. 그런데 태양광발전까지 합하면 전국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더 망가뜨려질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앞으로 숲과 나무가 우거진 전국의 산야(山野)가 얼마나 남아날지 알 수 없다.

지난해 7월 기준 풍력발전 환경영향평가협의 건수는 71건이다. 이 중 40.8%(29개소)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인 백두대간, 정맥·지맥 등 생태우수지역이다. 환경단체들은 2003년 KTX공사를 위한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를 반대하기 위해 도룡뇽을 원고로 해서 5년 동안 소송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러했던 환경단체들이 지금은 조용하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려면 전기사업법 외에도 도시계획·환경영향평가·산지·해양법 등 정비해야 할 각 개별법만 해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아무 준비작업 없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다 보니 수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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