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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자이 개포’ 욕망의 대기줄 1㎞…시장이 정부를 이겼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욕망의 대기줄 1㎞…시장이 정부를 이겼다

기사승인 2018. 03. 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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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시 차익만 4억원 이상 예상 로또화
강남 재건축 고분양가 규제의 역설 증명
청약자들 "자금출처와 세무조사는 우려"
디에이치자이개포 견본주택
16일 분양 당시 ‘디에이치자이개포’ 견본주택 내부 모습./사진=황의중 기자
“시장이 정부를 이긴 거죠, 수요가 있는데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잡는다고 해결되나요.”(60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거주 남성)

‘로또 아파트’ 우려는 현실이 됐다. 16일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위치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 현장에는 수억원의 차익을 보고 몰린 사람들로 첫날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비교적 한산해야 할 금요일 오전 화물터미널 일대 도로는 견본주택을 향한 차들로 막혔고, 견본주택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 줄만 1㎞가 넘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강남 재건축 단지치곤 보기 드물게 총 1996가구 중 일반분양 분이 1690가구나 돼 분양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정부가 분양가 통제에 나서면서 청약열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4160만원으로, 전용면적 84㎡는 12억4920만~14억3160만원, 전용 103㎡는 15억710만~17억2730만원이다. 내년 입주 예정인 ‘래미안 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의 분양권 시세보다 6억~7억원 가량 싸다. 당첨될 경우 최소 4억원 이상의 차익이 예상된다. ‘로또 아파트’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애초 이 단지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4200만원대 중반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는 과정에서 가격이 내려갔다. 고가 아파트가 연속해서 등장하는 것을 꺼리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이 단지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라 HUG의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현대건설 등 시공사도 자체 보증으로 대출해주지 않을 계획이라 전용 84㎡ 입주를 위해선 중도금에 발코니 확장 포함해 최소 10억원 이상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깐깐해진 1순위 청약 규제에 중도금 대출 부담으로 문턱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벽은 대박을 노리는 수요자들에게 무의미할 뿐이었다. 로또 당첨금에 가까운 돈을 로또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손 쉽게 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강남 대치동 거주 50대 남성은 “1순위는 어렵겠지만 2순위나 잔여분이라도 노려보려고 왔다”며 “강남에서 전세살려고 해도 10억원이 드는데 그정도 규제한다고 해도 할 사람은 많다, 되기만 하면 4억원 이상 버는데 누가 안 하겠냐”고 말했다.

다만 청약자 대다수는 자금출처나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염려하는 눈치였다. 자녀와 같이 동행한 60대 여성은 “자식 집 때문에 온 건데 자금출처 관련해 조사할까봐 걱정되긴 한다”면서 “정부가 어느 정도로 나설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약자에 대한 꼼꼼한 조사는 정부가 앞서 공표했던 사실이다. 이날 견본주택 앞과 내부 곳곳엔 위장 전입을 직권조사해 처벌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오는 23일 특별공급 청약 관련 실태조사를 위해 견본주택을 방문해 관련 서류를 조사하겠다고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에 통보한 상태다. 일반 청약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조사 역시 예상된다.

박윤서 현대건설 분양소장은 “정부의 규제가 실제 계약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지만 1순위 조기 마감은 예상된다”며 “특히 50% 추첨제가 적용되는 전용 103㎡에는 사람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크게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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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디에이치자이개포’ 견본주택 앞 화물터미널 부지에 오후 늦은 시간까지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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