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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중소기업, 대기업 자취 밟으며 ‘공정경쟁’ 외치지 않길

[기자의눈]중소기업, 대기업 자취 밟으며 ‘공정경쟁’ 외치지 않길

기사승인 2018. 03.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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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제는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는 A씨는 혹시 모를 ‘추가합격’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곁에 뒀다. 지난해 응시했던 기업에서 혹시라도 추가로 합격자를 뽑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기자가 지인을 통해 건네 들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난해 하반기 홈앤쇼핑의 공개채용에 응시해 최종면접에서 탈락한 응시자다. 그리고 이 날은 채용과정에 인사청탁 의혹을 받은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가 검찰에 송치된 날이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채용 비리로 합격한 10명 가운데 2명은 홈앤쇼핑의 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의 전·현직 부회장의 자녀다.

기자가 사례로 든 여성은 해당 공채과정 이후에 응시했기에 논란과 한탄의 중심은 비껴갔지만,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1000만원을 준다는 파격적인 정부 대책에도 취준생들은 여전히 ‘공정성’에 대한 씁쓸함이 남는다. 역학의 주체가 달라진다면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금수저’가 될 수 있다고 느껴진다.

우리는 그간 숱한 프레임으로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재벌(財閥) 문화를 지적해왔다. 전쟁과 독재, 군부를 지나 급격한 산업 성장과정 속 그들이 주류를 이끌며, 다수의 영세사업자들은 소외당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과 소득주도를 내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은 나름대로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에 대한 현장의 사정이 숙제로 남지만, 후보시절 남긴 ‘중소기업 천국을 만들겠다’는 서명대로 중소기업 정책을 ‘뜨거운 감자’로 다루고 있음은 분명하다. 역대 최대 공무원 채용규모와 비례하게, 중소기업 취업에 유례없는 특혜를 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세금 퍼주기’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비판에도,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해 ‘중소기업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달라 목소리를 낸다.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그들이 만든 어제에 있고, 오늘에 있다. “이미 지나서” “현역 임원과는 관계가 없어서” 해묵은 지난일로 치부하기보다 업계 차원에서 진정어린 자정노력이 필요한 때다.

중소기업들이 채용비리·오너횡포 등 대기업의 자취를 밟는 또 다른 벌(閥)이 아닌, ‘공정경쟁’의 포문을 여는 주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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