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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강관세 D-1’ 정부, 외교·통상채널 풀가동… 협상막판까지 총력전

‘美 철강관세 D-1’ 정부, 외교·통상채널 풀가동… 협상막판까지 총력전

기사승인 2018. 03.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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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총리·부총리까지… 철강 관세면제 ‘올인’
미국 간 김현종·유명희, 귀국 미루고 ‘배수의 진’
23일 자정 데드라인… 車·반도체 확산도 안심 못해
중국 엮인 정치·안보협상 양상… 정부 ‘속앓이’
정부가 미국의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 25% 부과 발효 직전까지 모든 채널을 동원해 면제받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국제 회의마다 참석해 글로벌 공조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뒤에선 아웃리치(물밑접촉)를 통한 회유를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회의서 우리측 수석대표로 나선 김창규 무역상임위원은 “철강 232조(무역확장법) 조치가 WTO 규범과 합치돼야 하며, 글로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유무역체제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수입산 철강 과세를 코 앞에 두고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벌이는 액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현지시간 23일 자정을 기점으로 캐나다·멕시코·호주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철강 수입품에 25% 고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른바 철강수입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한 것이다.

관세 부과 면제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도 팔을 걷어붙였다. 문 대통령은 20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40분에 걸친 전화통화에서 미국 철강관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트뤼도 총리는 오는 6월 캐나다가 의장국을 맡은 G7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약속했고, 문 대통령도 지지의사를 밝혔다. 같은날 이낙연 총리도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물포럼에 참석해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과 철강·알루미늅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해 공동대응하고 협력을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직접 철강관세 면제를 요구해 “한국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김 부총리는 또 회의에서 작심한 듯 “통상마찰이 세계 경제가 직면한 주요 위험요인”이라며 “다층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협상 선봉장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달 새 3번이나 미국을 방문했고, 관세 부과 마지막까지 현지에 남아 설득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지난주 워싱턴서 한미FTA 3차협상을 가진 유명희 통상교섭실장도 지원군으로 남아 아웃리치에 공조하고 있다. 한중FTA를 비롯해 다른 중요한 통상회의를 모두 뒤로 미룬채 매진 중이다.

정부가 철강 압박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미국의 무역 제재가 단지 철강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쉽게 물러난다면 이후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까지 다양한 형태의 무역제재가 가해질 지 모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무역확장법과 별개로 미 상무부는 이날 또다시 한국산 탄소·합금강 선재에 대해 40%가 넘는 반덤핑 관세 폭탄을 부과하며 통상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용래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일단 공급을 늘려 놓으면 줄이는 게 쉽지 않아 경기가 안 좋을 때마다 관세 압박이 발생하고 있다”며 “안보를 이유로 한 철강관세 25% 부과와 이번 반덤핑 관세는 별개의 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25% 관세를 매긴 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아군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도했다. 철강 관세를 면제해 주는 대가로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무역제재에 정부가 속을 태우고 있는 건, 단순히 철강산업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된 정치·안보가 복잡하게 엮여 있는 그림이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다른 우방 국가들이 하나둘 면제 대상에 포함됐을 때, 우리가 합류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대외 협상력이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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