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안중근 108주기] 평창올림픽 계기 다시 주목받는 ‘동양평화론’

[안중근 108주기] 평창올림픽 계기 다시 주목받는 ‘동양평화론’

기사승인 2018. 03. 23.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안중근
경기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에 있는 안중근 장군 추모비./제공=유토피아 추모관
“나는 대한의 독립을 위해 죽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죽는데 어찌 죽음이 한스럽겠소.”

1910년 2월14일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 장군은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그해 3월26일 형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구촌의 환호와 갈채 속에 인류 평화와 번영을 다짐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면서 민족의 선구자였던 안 장군의 ‘동양평화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식 행사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급속한 변화 흐름을 압축해서 보여줬다. 남북단일팀의 한반도기가 입장하고 이를 맞는 문재인 대통령 주위에 미국 부통령, 일본 수상, 북한 권력자의 가족이자 실세여성, 중국 대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각국의 외교안보 이해를 반영하듯 긴장된 분위기 속에 서로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22일 국제정치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구상을 현실화하면서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새로운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며 군사력 강화 등 재무장을 꾀하는 중이다. 장기 세습 독재체제를 지키려는 북한은 최근 국제 사회와의 대화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지금처럼 한반도 정세가 지극히 위급했던 100년 전 안중근 장군이 제기한 동양평화론이 현재의 급박한 동북아 정세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 장군의 동양평화론은 19세기말 국제사회가 양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 속에 평화유지와 공동번영이란 목표보다는 전쟁을 감행해 패권 장악에만 열중하는 냉혹한 시대임을 지적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한·중·일 3국이 반드시 힘을 합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안 장군은 이들 3국이 평화공존하면서 중국 뤼순을 3국의 군항으로 삼고, 이곳에 ‘동양평화회의’를 조직해 공동은행을 설립, 화폐를 주조하고 공동의 군단을 구성해 영구한 평화와 행복을 추진할 ‘평화연맹’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유럽연합(EU)에 가까운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안 장군의 발상은 1910년 2월17일 안 장군이 사형선고를 받은 일제 관동도독부 고등법원장과의 면담에서도 나타난다. 안 장군은 “아시아 각국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을 보내 아시아 평화를 위한 상설위원회를 만들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각국은 일정한 재정을 제공해 개발은행을 설치, 어려운 나라를 위한 공동개발 자금으로 쓰게 하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원기 안중근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 자문위원 겸 유토피아추모관 회장은 “동양평화론은 서문, 전감, 현상, 복선, 문답의 구조로 돼 있다”며 “하지만 안 장군께서 옥중에 수감돼 전감까지만 쓰다가 사형을 당해 현재 미완성 원고로 남아 아쉽다”고 말했다.

안 장군은 단순한 ‘테러리스트’가 아닌 민족의 영웅이었고 평화주의자였으며,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였다. 안 장군이 쓰다가 남겨놓은 동양평화론의 여백은 오늘날 동북아 정세를 풀어나갈 새 담론으로 우리 앞에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 우 회장의 분석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