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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먹튀불가’ 발언…시장 우려만 증폭

이동걸 산은 회장 ‘먹튀불가’ 발언…시장 우려만 증폭

기사승인 2018. 03.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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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는 기술적으로도 ‘먹튀’를 할 수 없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임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언했지만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과거 산업은행 수장들이 해외에 국내 기업을 매각할 때마다 큰 우려가 없을 것이란 말들을 어김없이 해왔지만 종국에는 호언장담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과거 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등 해외매각을 진행할 당시에도 역대 산은 수장들은 “해외 자본유치 말곤 대안이 없다”며 구조조정을 처리해온 탓에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발언’으로 평가받는다. ‘해외 매각만이 고용유지·독자생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역대 산은 수장들의 호언장담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 회장 역시 금호타이어 노조와 시장에 “중국의 더블스타 말곤 대안이 없다”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역대 산은 수장들의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란 얘기다.

2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차이융썬(柴永森) 더블스타 회장은 이날 방한해 이 회장을 비롯한 산은 관계자와 채권단 등을 만나 금호타이어 처리안을 논의했다. 차이 회장은 이후 금호타이어 경영진과 노조도 만날 예정이며, 22일엔 국내 언론과 별도 기자회견도 연다.

앞서 산은을 포함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16일 더블스타로부터의 자본유치안에 대해 100% 동의로 승인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에 6463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지분율 45%로 최대주주에 오른다는 구상이다. 다만 오는 30일까지 자구안에 대한 노사 간 확약서를 받지 못하면 포기하겠다고 밝혀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는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이는 산은이 과거 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를 각각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중국상하이자동차에 매각할 당시와 닮아 있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며 산은 체제로 들어온 대우자동차를 시장에 매각하겠다던 2000년 당시 엄낙용 총재는 “일각에서 대우자동차를 공기업화해 어느 정도 정상화한 뒤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해외에 빨리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정건용 전 총재는 우여곡절 끝에 GM과 대우자동차의 신설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직후 국부유출 지적에 대해 “무슨 딜이든 헐값시비는 있다”며 “착잡함과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대우자동차의 GM행을 정당화했다.

당시에도 제기된 대량해고·먹튀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산은은 2002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GM과 비공개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기존 생산라인 15년 이상 의무 가동과 GM의 한국GM(대우자동차 신설법인) 지분을 2017년까지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비토권) 등이 포함된 안전장치를 설치했다고 산은은 알려왔다.

그러나 비토권이 만료된 현재에 이르러선 GM 본사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를 공식화하자 또 다시 ‘먹튀’ 논란은 불거졌다. GM 본사가 고금리로 한국GM에 대출해주며 결과적으로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장 폐쇄를 이유로 정부와 산은 등에 자금지원을 요청해오면서다. 산은은 GM의 지원 요청에 대해 “GM 측이 성실하게 실사에 협조할 경우 단기 브리지론 형태로 지원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은은 지난 12일 GM 측과 실사를 위한 실무진 간 킥오프(Kick-off) 미팅을 한 뒤 14일부터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매각됐다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쌍용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2009년 당시 민유성 총재는 “산업은행이 채권단의 입장에서만 쌍용차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며, 국책은행으로서 경제 위기 극복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쌍용차의 독자생존이 바람직하지만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으나 기술력·정보유출과 대량해고사태를 낳은 먹튀 사례의 표본이 됐다.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 노조 간부와의 면담에서 회생에 필수적인 중국공장 정상화와 관련, “더블스타가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중국공장 정상화는 이를 소유한 금호타이어 본사의 가치를 높여줘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이 설득력을 잃는 이유다. 15년이나 되는 비토권에도 현재의 ‘지엠 사태’를 낳은 데 대해 더블스타와 맺은 3년 고용보장·최대주주 지위 5년 유지 협약이 과연 먹튀를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란 것이다.

또 산은은 채권단 지분율이 기존 42%에서 23.1%로 낮아져도 2대주주로서 더블스타를 견제할 수 있다곤 하지만 한국GM의 2대주주였던 산은은 GM 본사의 밀실경영을 견제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의 “금호타이어가 현대기아차에 납품을 하고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서 국내 시설을 뜯어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고 해도 자산 매각은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견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에 현재와 같은 지엠 사태가 5년 뒤 금호타이어에서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반박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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