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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朴정부 청와대 독단 결정…박근혜·김기춘·황우여 수사의뢰”(종합)

“국정 역사교과서, 朴정부 청와대 독단 결정…박근혜·김기춘·황우여 수사의뢰”(종합)

기사승인 2018. 03. 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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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 발표
박근혜·김기춘·이병기·황우여 등 직권남용 등 혐의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의뢰
교육부 공무원 10명도 징계대상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 발표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고석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가운데) 등 위원들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독단적으로 기획하고 결정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다만 역사교과서 국정화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조사 권한에 한계가 있었던 만큼 감사원과 검찰에 공을 넘겼다.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25명 이상이 수사의뢰 권고 대상에 포함됐다.

진상조사위는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9월5일부터 올해 3월27일까지 지난 7개월간 진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교육부 관련 문건을 복원하고 관련자를 면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독단적으로 기획하고 결정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목포대 교수)은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 다수의 국민이 반대한 사안임에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면서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학생과 역사학자 등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국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정화를 결정해 추진했고 김 전 실장 후임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당시 교육문화수석 등이 위법·부당한 수단과 각종 편법까지 동원해 국정화 정책을 강행했다고 진상조사위는 설명했다. 또한 당시 청와대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교육부·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여론몰이를 한 것은 물론, 교과서 편찬과 내용 수정과 같은 세부적인 사안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국정교과서 편찬과정에도 개입해 편찬기준 21건의 수정을 요구했고 이 중 18건이 반영됐다. 게다가 편찬심의위원 16명 가운데 13명을 추천 순위와 상관없이 위촉하기도 했다. 2014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당시 여당 의원들 다수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냈는데, 이 과정에서 교육부가 여당 의원들의 발언 요지와 토론 자료 등을 지원한 정황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게다가 교육부는 청와대의 지시로 불법적으로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운영했다. 비밀TF 설치·운영 과정에서 대통령령과 정부조직관리지침을 어기고 당시 안전행정부 협의와 기관장 결재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는 국정화 추진 비밀 TF(3개팀 21명)가 구성돼 청와대 지시사항 이행과 국정화 로드맵 작성, 홍보업무를 맡았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기습적으로 국립국제교육원을 방문해 ‘국정화 비밀 TF팀’ 운영 의혹을 제기했으나 당시 교육부는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국정화 예산으로 쓰인 예비비(44억원)도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예비비를 신청한 후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대통령 승인으로 편성됐다. 예비비 44억원 가운데 29억8000만원이 홍보비에 사용됐는데, 이 중 12억8000만원이 국정화 비밀 TF팀 홍보비로 부적절하게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교육부 감사권한 내에서 조사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국정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법과 위법을 저지른 관련자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고석규 위원장이 이날 열린 브리핑 당시 수사의뢰 대상 명단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서 기자들이 한때 술렁이기도 했다. 국정 운영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수사의뢰 대상에서 제외되면 진상 조사 자체의 신뢰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고 위원장은 브리핑이 끝난 직후 이를 정정했다.

고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할 수 없었던 만큼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는 것이 수사의뢰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착각했다”라면서 “국정교과서 관련 대부분의 지시는 교문수석실을 통해 전달됐는데 교문수석실 조사 권한이 없어 교문수석실과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으나 교문수석실을 통한 지시가 박 전 대통령에게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므로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했다”고 해명했다.

진상조사위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병기 전 비서실장,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등 전·현직 교육부 공무원, 민간인 등 25명 이상에 대해 직권남용과 배임·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비서관 등으로 근무한 교육부 공무원 10명에 대해서도 신분상 조치를 요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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