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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인상에 뿌리산업 휘청…“‘납품단가 인상’ 위해 정부 강력히 나서야”

인건비 인상에 뿌리산업 휘청…“‘납품단가 인상’ 위해 정부 강력히 나서야”

기사승인 2018. 04. 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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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결의대회./제공=중소기업중앙회
한국과 독일은 전후(戰後) 고도성장을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국가 모두 그 비결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 있다. 국가 성장에 제조산업이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최근 국내 제조업의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주조·소성가공·금형·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으로 대표되는 뿌리산업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주력산업인 조선·자동차산업이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치솟은 물가·인건비로 인한 고충도 겹쳤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대기업에 하청을 받아 납품하는 뿌리기업들이 제대로 된 ‘납품단가’를 책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 2일 중소 단조업체들은 열처리비·최저임금 인상분 등을 납품단가에 반영해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업계의 수익성은 한계에 달했다. 2013년부터 4년간 경영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매출액은 연평균 1%에 그치며, 영업익은 2013년 5.6%에서 2016년 3.9%로 하락하고 있다. 당기순익은 동기간 하락율이 37%에 달한다.

이에 앞서 가장 먼저 납품단가 인상을 외친 주물업계는 더 강력한 수를 내놨다. 지난 2월 22일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결의대회를 열고 “가중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가격현실화 조치가 없다면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물조합에 따르면 국내 중소 주물업계는 최근 5년 동안 매출액이 31.7%나 감소했다. 계절별 차등요금에 의한 전기료 상승과 매년 우상향하고 있는 최저임금에 따른 결과다.

업계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역대급으로 치솟은 최저임금 인상을 지목한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과거에도 물가·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있었지만 그 증가폭이 미미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만, 올해처럼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치솟은 상황에서는 단가인상이 없다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전기까지 다 꺼가며 원가 절감을 해왔는데, 이보다 더한 노력을 바란다면 대기업들이 우리에게 그 방향을 알려줘야 하지 않나”고 토로했다.

단조·주물뿐 아니라 전반적인 뿌리산업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부에 따르면 뿌리산업 전체 매출액은 2014년 135조5130억원에서, 2015년 131조7563억원으로 3조7567억(2.8%) 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전속거래’에 익숙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구조도 한 몫한다. 뿌리산업은 97%가 대기업의 2~4차 벤더(납품기업)로, 대다수가 특정 대기업을 정해 거래를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국내 제조업체들은 특정 기업과만 거래를 하다보니 기술 등 많은 부분에서 길들여지게 된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하도급업체들의 사정을 속속 알 수 있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가격을 맞추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 300개사 중 34.9%가 대기업으로부터 일방적인 단가결정을 통보받았다고 응답했다. 지속적인 거래 보장을 이유로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을 경험한 비율도 23.3%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업계는 보다 강력한 정부차원의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을 정부가 이끌고 있는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업계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일 당정협의를 거쳐 나온 ‘중소기업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은 인상된 인건비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기부는 공공시장에서의 제도 개선을 앞세워, 민간하도급 시장으로 확대를 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납품단가조정협의제도를 통해 자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적용 범위는 기존 하도급거래에서 수·위탁 기업간 거래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납품단가 조정협의를 신청한 업체에 보복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서도 하청업체가 조협의를 신청할 경우 원사업자는 의무적으로 협의에 응해야 한다. 거부할 경우 공정거래조정원을 거쳐 직권조사 사항이 된다.

주물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를 거치며 익명성이 보장될 수 없어 보복을 막을 수 없다”라며 “대기업의 보복은 거래를 끊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는 무용지물”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조정협의신청을 이유로 보복을 하는 경우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적용하겠다는 안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이 제도는 1회라도 시정조치를 받을 경우 벌점(5.1점)이 부과되어 공공부문에서 입찰 자격이 제한된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뿌리업계 전반이 민간기업간 거래가 월등히 큰 업계에서 공공부문의 입찰자격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적으로 못박는 것이지만, 안된다면 정부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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