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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학자의, 공학자를 위한, 공학자에 의한 교육

[칼럼]공학자의, 공학자를 위한, 공학자에 의한 교육

기사승인 2018. 0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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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교수
이준호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최근 고용노동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생 수는 2016년 60만8000명에서 2021년 44만1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학 정원은 52만명 수준이니, 이제는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된다.

문제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포트폴리오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업종별 취업자 증감 전망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보건업이며 전문과학, 제조업 분야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변함에 따라 노인복지와 관련된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며 4차산업혁명에 따른 제조업 혁신에 이공계 중심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배출을 위해서는 대학의 구조조정이 요구되지만, 이를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르치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미래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인력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제조업의 대표 산업인 철강금속산업 분야의 경우,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로 인해 제공되는 연구개발인력 일자리 대비 실제 채용 인원이 매우 적다.

2017년 1차 금속제조업 인력활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반사무·영업직의 경우 계획인원 대비 채용인원이 140%에 달했으며, 기능직과 기술직의 경우도 각각 109%, 132%를 기록하는 등 활발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직군에서는 충족률이 74%에 그쳐 수요 대비 공급이 매우 적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견급 이상의 국내 핵심 철강금속소재 기업은 연구개발직 등 고급 전문인력이 기업의 중장기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의 의지가 있음에도 대학에서 수요에 걸맞은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정부의 대학평가는 물론, 더타임스 세계 대학평가나 QS 세계 대학평가와 같은 외국 언론의 대학평가에 매우 민감하다. 10년 넘게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나 기부금 모금에 대학 평가가 중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제조업 분야의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적합한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제조업 강국 독일의 경우 2018년 QS 공학분야 세계대학 평가에서 세계 100위권에 든 대학은 놀랍게도 고작 6곳에 불과하다. 이들 대학은 뮌헨기술대(25위), 아헨공대(31위), 베를린공대(39위), KIT(51위), 스튜트가르트대(92위), 드레스덴기술대(97위)로, 순위가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다.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독일 대학들이 독일 제조업 경쟁력의 밑거름이 됐다. 반면 국내대학은 7곳이나 세계 100대 공과대학에 선정됐는데 카이스트(15위), 서울대(16위), 포항공대(44위), 고려대(48위), 연세대(64위), 성균관대(68위), 한양대(72위)로, 이들 대학의 순위는 독일 대학보다 오히려 앞선 형국이다. 국내 제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공학자를 제대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공학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산업체는 물론 현장에서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학이 더 이상 논문을 위한 연구가 아닌, 공학자를 길러 내기 위한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논문은 이러한 교육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열매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공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문 공학자에 의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현재 대학은 기반 제조업 분야의 전문 교수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이러한 부족을 메꾸기 위해 산업현장 전문가를 대학의 산학중점교수로 초빙하는 제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또 각 대학은 한 대학에서 전문 산업 분야의 교육이 불가능한 현실을 인식하고, 대학간 학점 교환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통해 필요한 교과목을 상호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학자의, 공학자를 위한, 공학자에 의한 교육이 우리나라 제조업을 살리는 근간이 될 것이다.

한국철강협회에서는 철강금속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고급인력양성을 위해 인력양성사업을 개시했다. 모쪼록 이러한 노력이 산업체와 대학이 협력하는 상생 모델로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보급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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