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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현장에서] 완연한 ‘한반도의 봄’…김정은 동선 체크 분주

[판문점 현장에서] 완연한 ‘한반도의 봄’…김정은 동선 체크 분주

기사승인 2018. 04. 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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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 265명 판문점 프레스투어, 최대 관심은 김정은 동선
평화의집 내부 공사 마무리 단계, 20일께 완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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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평화의집 내부 공사가 18일에도 이어졌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평화의집 공사가 20일께 마무리 된다고 밝혔다. / 사진 = 손지은 기자 @sson
“훗날 한반도 위에 감도는 적대감과 긴장이 눈 녹듯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이 판문점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직 워싱턴포스트 기자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1931~2015)는 ‘남북 바이블’로 꼽히는 저서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에서 판문점의 미래를 이같이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 남북 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된 판문점은 이후 이어질 북·미, 남·북·미 회담 성과에 따라 또 다른 역사의 현장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도 전쟁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60여 년을 이어온 한반도를 ‘완전한 평화체제’로 대전환할 평화협정의 역사적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어룡리와 황해북도 개성특급시 판문점리, 2개의 주소를 가진 판문점은 정전협정 이후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첫 현장이 됐다. 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9일 앞둔 18일 통일대교를 넘어 판문점으로 들어가는 길목마다 개나리가 만개해 ‘한반도의 봄’ 기운이 한껏 올라있었다.

하지만 만연한 봄기운 가운데서도 “북한군의 대남방송이 들릴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입니다”라는 JSA(공동경비구역) 장병의 안내에 이곳이 1975년 헨더슨 소령 구타, 1976년 도끼만행사건, 1984년 소련 특파원 망명 총격 사건의 현장이라는 사실이 되새겨졌다. 또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11월 북한군 오청성 귀순 당시의 긴박했던 현장 영상도 떠올랐다.

이날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위원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가 내외신 언론을 위해 준비한 프레스 투어가 진행됐다. 내신 120명, 외신 145명 등 265명의 언론인이 오전과 오후 2차례씩 참여했다. 준비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의 취재진은 역대 최대 규모다. 내외신 348개사에서 2933명이 취재 등록을 마쳤고, 이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2배 규모다.

프레스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MDL 너머 북측 통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2차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군과 한미연합사 장병들은 실탄과 방탄복으로 무장하고 내외신 기자들 보호에 나섰지만 북한군은 판문각 현관 앞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무회담 경호를 위해 통일각에 배치됐다. 2차 실무회담에서는 의전·경호·보도 부문에 대한 큰 틀 합의가 마무리됐고, 남북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만남 장면부터 생중계를 하기로 했다. 이날 실무회담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북한 측에서 정상회담 호스트인 우리 측의 보도 관련 요구에 대해 ‘일 없습네다’라며 통 크게 받아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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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 내외신 프레스투어가 진행됐다. 이날 투어에는 내신 120명, 외신 145명 등 총 265명의 언론인들이 오전과 오후 2회씩 총 4회로 나눠 참여했다./ 사진 = 손지은 기자 @sson
2시간 남짓 진행된 프레스 투어에서 언론의 최대 관심사는 내외신 구별 없이 단연 김 위원장이 어떻게 남측 평화의집으로 내려오느냐였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개봉)’에서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가 이수혁 병장(이병헌)에게 그림자가 MDL을 넘었다는 농을 건네는 장면에 나오는 하늘색 건물 사잇길이 가장 유력한 장소로 점쳐진다.

하늘색 건물 3개는 T1, T2, T3로 불리는데 T는 ‘임시(Temporary)’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로 쓰인다. 김 위원장이 도보로 MDL을 넘을 경우 T1과 T2 사이를 걸어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과 첫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그려볼 수 있다.

내외신 기자들은 MDL 너머 판문각부터 T1, T2까지 몇 걸음 정도가 될지를 예측해보고, 문 대통령이 어디쯤에 서서 김 위원장을 맞을지도 체크해봤다. 김 위원장이 판문각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와 MDL 앞에서 문 대통령의 손을 맞잡는 모습, 손을 맞잡은 후 회담이 열리는 우리 측 평화의집까지 대화를 나누며 걷는 모습 등 온갖 시나리오가 쏟아졌다.

또 김 위원장이 차량을 이용해 MDL을 넘는 경우 우리 측 자유의집 오른쪽 흙길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길은 1998년 6월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방북했던 길이다.

회담 장소인 우리 측 평화의집은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맡기 위해 새단장이 한창이었다. 3층 건물의 평화의집은 정문을 가림막으로 가려두고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간간히 포착된 현장관계자들의 움직임에 분주함이 느껴졌다. 마땅한 연회장이 없는 평화의집이 두 정상의 오·만찬장을 꾸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의 동반을 염두에 둔 준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현재 정상회담 당일 일정과 동선을 확정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의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정상회담 준비위 전체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그것도 군사분계선 남쪽 우리 땅에서 열리는 것은 사상 최초”라며 “아주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판문점의 의미를 강조했었다. 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고, 장소에 따라서는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며 북·미 회담 장소로 판문점 카드를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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