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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고용 안정’ 추구? 한은의 역할은

[취재뒷담화]‘고용 안정’ 추구? 한은의 역할은

기사승인 2018. 04.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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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목표에 ‘고용안정’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주열 총재의 발언에 한은의 ‘역할론’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사실 이같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년 전에도 한은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며 한차례 갑론을박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김중수 전 총재 시절에도 논란이 됐습니다.

다만 ‘검토 중’이라는 표현이 과거보다 진일보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한은 측은 “총재의 발언은 연구중이라는 의미이며, 종전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변화가 없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쉽게 진화되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17년래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 중인 고용 현실을 감안하면 “왜 문제가 돼?”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기존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 ‘금융 안정’과 상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이론인 ‘필립스 곡선’에 따르면 물가와 실업률은 ‘반비례’ 관계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실업률이 오르면 물가가 떨어지고, 실업률이 떨어질 때는 물가가 오릅니다.

저물가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실업률을 낮추면 물가를 올릴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물가 상승기에 접어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통화 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면 물가는 더 치솟아 올라, 결국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은 아닙니다.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의 바람이 주로 정치권 안팎에서 불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새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방향을 지원하기 위해 한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은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한은 총재의 40년만에 첫 연임으로 이제 막 ‘독립성’ 논란에서 벗어난 한은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이 총재는 정부와의 보조 맞추기에만 열을 올리기보다는 한은 본연의 목적성을 되짚어 봐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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