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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에 고민 깊어지는 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에 고민 깊어지는 삼성생명

기사승인 2018. 04.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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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삼성 금융계열사 맏형인 삼성생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에 순환출자를 끊을 것을 명령한데 이어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을 자발적으로 매각하라고 언급하면서다. 특히 미래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없어진 상황에서 지분 매각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던 보험업법 개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돼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어떻게 처분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약 106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한 건 1980년 이전으로, 당시 5690억원을 들여 지분을 확보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이날 종가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27조4175억원에 달한다.

당국은 삼성생명에 이 지분을 정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 스스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도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의 경우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자발적 개선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을 받는 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때문인데,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와도 맞물린다. 그동안 정치권 등에선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특혜라고 지적해 왔다.

현행법은 은행과 현행법상 은행과 증권·저축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의 경우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가 평가 기준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이날 종가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27조원을 넘지만 현행법에 따라 취득원가인 5690억원으로 평가해왔다. 40여년간 시가 변동이 반영되지 않았던 탓에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보험사는 단일 계열사의 주식 보유액이 ‘총자산의 3%’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평가기준이 시가로 바뀔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 보유액은 27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삼성생명 총자산(283조원)의 3%인 약 8조원을 초과하는 금액인 약 20조원을 매각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이유다.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부분을 매각할 대상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20조원에 달하는 부분을 계열사나 제3자에 매각해야 하는 데 제3자에 매각할 경우엔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계열사가 사들이기에는 부담되는 규모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삼성SDS의 지분을 매각하고 이 금액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규모는 13조원 수준이고 삼성생명(4조원), 삼성SDS(3조원) 등을 합치면 2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마련된다. 다만 규모가 큰 만큼 단기간에 주식 매각 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은 적다. 일각에선 과거 KCC 사례처럼 ‘백기사’ 등장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 이슈가 부각되면서 삼성생명의 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탓에 삼성전자 지분 매각 등에 대한 의견 조율 등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다. 특히나 금융당국에서 삼성생명을 겨냥, 지분을 매각할 것을 주문한 만큼 삼성전자 지분 처분 방안을 구체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분 매각 이후에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가 재편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계열사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삼성생명의 책임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내부적으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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