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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필요한데” 삼성을 향한 무차별적인 화살…왜?

“시간 필요한데” 삼성을 향한 무차별적인 화살…왜?

기사승인 2018. 04.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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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사정 고려치 않는 정부 압박에 기업 위기 불거질 우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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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지분 매각 등 정부와 정치권은 ‘삼성’에게 쉴틈 없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답할 그룹과 미래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의사결정 및 행동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재벌개혁’이란 미명 아래 삼성을 무작정 몰아붙이고 있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삼성출신 원로가 작심하고 한 말이다. 현 정부가 재벌개혁이 중요한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지만 변화된 삼성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8년 4월 현재, 삼성의 의사결정은 과거와 판이하다. 구조조정본부·미래전략실 등 소위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존재했을 때는 그룹 현안에 대한 계열사 간 이해 관계에 대한 조율이 빠르게 이뤄졌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빠른 대응도 가능했다. 지금은 계열사 간 의견 조율도 쉽지 않다. 매주 수요일에 열렸던 사장단 회의조차 폐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금융·기타 등 3개 사업 부문으로 나눠 계열사 간 TF(태스크포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크고 작은 사건과 이슈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적절한 대응이 재빠르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의 급격한 개혁 드라이브에 삼성이 응답할 시간과 기회마저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출소 이후 삼성전자 및 계열사들은 크고 작은 이슈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는 정전으로 인해 수백억원의 피해를 봤고, 삼성물산 공장에서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조합 와해 의혹, 삼성증권 배당오류,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 공개 등도 현재진행형이다.<표 참조>

특히 최근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는 삼성그룹에 가장 큰 부담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삼성의 지배 구조에 관한 논란이 불거지고 삼성도 이에 자유롭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회사 스스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 위원장의 발언은 ‘국회 상정된 관련법 처리를 지켜보자’는 기존 입장에서 ‘압박’으로 노선을 급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 같은 발언으로 모든 삼성 계열사는 지분 처리를 최우선적 해결 과제로 안게 됐다.

정부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과거 구조조정본부나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지금 총수의 과감한 결단, 또는 CEO들의 취합된 의사결정이 조직을 지탱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2월 초 집행유예를 받고 출소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어 섣불리 움직이기 힘들다.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이 자칫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실상 총수라고는 하지만 이 부회장의 정확한 직책은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큰 틀의 그룹 현안을 책임지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미전실을 대신하는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TF와 의사 결정에 조언을 해줄 각 계열사별 이사회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가 제시하는 속도를 맞추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삼성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안들을 ‘뚝딱’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삼성 관계자는 “정치권은 삼성의 미전실이 없어지길 바랐고, 결국 그렇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룹 차원의 현안을 빨리 해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책임만 강화된 아이로니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계에서도 이를 ‘예견된 일’로 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 지배구조 및 승계문제와 관련 삼성을 임기 초기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재벌 적폐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삼성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당을 중심으로 전 정권에서 통과되지 못했던 삼성생명 등 관련 법안을 중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적용 대상이 삼성뿐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 등도 삼성을 조준하고 있다.

정치권 전체의 화살과 시선이 삼성 한곳에만 쏠려있는 셈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이 정부의 국정 운영 방안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을 강한 드라이브로 몰아붙일 경우 매뉴얼에 따른 의사결정 과정이 무시되면서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며 “시간이 필요한 일임에도, 정부는 삼성에 대해서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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