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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김상곤 세대’라는 말 회자되는 일 없길

[기자의눈] ‘김상곤 세대’라는 말 회자되는 일 없길

기사승인 2018. 04. 2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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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5
남라다 사회부 기자
“우리가 뭘 잘못했나요?” “우리는 고입부터 대입까지 실험용 쥐 처지다.”

교육부가 지난 11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한 직후 입시 당사자인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서 나온 푸념섞인 발언이다. 교육부의 대입 개편시안이 수백 가지 조합을 만들 수 있는 ‘열린 안’인데다 교육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데 대한 우려다.

특히 중3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수능·내신 평가방식, 상위권 대학의 학생 선발방식 등 대입제도를 참고해 자신에게 유리한 학교를 찾는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가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대입 개편시안에는 수능 절대평가, 수능 중심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적정 비율, 정시·수시모집 선발시기 통합, 최저학력기준 폐지 등이 포함됐다. 대학들의 학생 선발방식에도 상당히 영향을 줄 만한 굵직한 사안들이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시행되는 고등학고 입시를 준비해야 할 중3 학생들은 당장 멘붕에 빠졌다. 대입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외국어고와 국제고·자율형사립고를 가야 할지, 일반고를 선택해야 할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대입 향방이 결정이 돼야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3뿐 아니라 현재 고3 학생까지 그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고1 학생들도 재수를 할 경우 2022학년도 대입제도의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또한 현 정부가 최근 10년간 수시전형을 늘려오던 기존 대입 정책방침을 선회해 정시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고2 학생들도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이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교육부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 계획을 안내하면서 수시전형에서 적용하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할 것을 각 대학에 요청한 데 이어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일부 대학 총장이나 입학관계자들에게 정시를 확대해 달라고 전화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부가 최종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는 8월 말까지 향방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김상곤 세대’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교육부 장관의 이름을 딴 세대가 나온 것은 1998년 당시 고3이던 1983년생들을 ‘이해찬 세대’라고 지칭한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이해찬 세대는 정부의 실패한 대입정책을 의미하는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이해찬 장관은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겠다”며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을 위해 야간자율학습과 0교시를 폐지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초래됐고 당시 수험생들의 수능 점수가 전국 평균 60점가량 하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김상곤 장관도 대입 단순화로 학습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이 장관과 같은 교육 정책노선을 펴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해찬 세대에 이어 ‘김상곤 세대’라는 말이 회자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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