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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확성기, 남북 정상회담으로 멈췄지만…‘불량품’ 비리사건은 현재 진행형

대북확성기, 남북 정상회담으로 멈췄지만…‘불량품’ 비리사건은 현재 진행형

기사승인 2018. 05. 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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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청거리 납품기준 10㎞의 절반 '불량품'…로비 통해 평가기준 바꿔
군 관계자 6명, 민간업체 관련자 14명 대거 재판에 넘겨져
철거되는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 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설치된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량품’ 대북확성기 사업의 입찰비리 의혹에 연루된 현직 대령과 국회의원 보좌관, 브로커, 업자 등 20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따라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됐던 대북확성기 방송 시설은 모두 철거됐지만, 입찰비리로 낭비된 혈세를 되찾기 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13일 국방부 검찰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와 공조해 진행한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 사건’ 수사에 따라 군 관계자 6명이 기소됐고, 민간업체 관련자는 14명이 기소됐다.

대북확성기 사업은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이후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자로 선정된 인터엠은 2016년 말 확성기 40대(고정형 24대·기동형 16대)를 공급했으나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입찰비리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이 지난 2월 감사원 요청에 따라 수사에 착수해 3개월간 진행한 결과 인터엠의 확성기는 군이 요구하는 ‘가청거리 10㎞’에 미달했다. 군은 도입 과정에서 확성기의 가청거리를 주간·야간·새벽 3차례 평가했지만 성능은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는 브로커를 동원해 로비를 벌였고 국군심리전단 측은 소음이 적은 야간이나 새벽 중 한 차례만 평가를 통과하면 합격하도록 인터엠을 위해 기준을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에 입찰한 8개 업체 중 인터엠이 홀로 1차 평가를 통과하는 과정에도 수입산 부품을 국산으로 속이는 등의 불법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인터엠은 군에서 만드는 제안요청서 평가표에도 브로커를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항을 평가 항목에 반영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질문지와 답지를 모두 업체가 작성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브로커를 동원해 166억원 규모의 대북확성기 사업을 낙찰받은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 대표 조모씨와 업체 측 편의를 봐준 권모 전 국군심리전단장(대령), 브로커 2명 등 4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비리에 연루된 군과 업체 관계자 등 1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확성기 사업 관련 미공개정보를 브로커에게 전달한 의혹이 제기된 송영근 전 의원의 중령 출신 보좌관 김모씨, 업체로부터 5000여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전 양주시의회 부의장 임모씨 등은 불구속 기소했다.

송모 전 국군심리전단 작전과장(중령)은 인터엠이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개입한 혐의로, 황모 중령과 한모 상사는 민간업체가 계약대금보다 2억원 정도 적은 물량을 납품했음에도 계약대로 납품한 것으로 검수 및 납품 조서를 작성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진모 상사는 대북확성기 사업 입찰 정보를 입찰 공고 전 업체에 전달한 혐의로, 김모 사무관은 업체 직원으로부터 향응을 받고 확성기 입찰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대북확성기 사업 추진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 민군작전부가 지휘·감독을 부적절하게 한 점과 국군재정관리단의 계약업무에 문제가 있었던 점 등을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 통보해 법적 책임 부과 여부를 검토하도록 조치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브로커를 동원한 특정업체가 선정돼 사업 신뢰성과 적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성능이 담보되지 않은 확성기가 납품돼 국가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며 “이 사건을 법에 따라 엄정 처리할 것이며 향후에도 방위사업 비리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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