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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앞두고 풍계리로 ‘선제적 신뢰’…일본은 패싱, 미국 몫 영국 선택

북·미 앞두고 풍계리로 ‘선제적 신뢰’…일본은 패싱, 미국 몫 영국 선택

기사승인 2018. 05. 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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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공개" 일정 확정
靑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
'신경전' 일본 제외하고 영국 기자단 초청키로
북한
북한은 이미 선언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의식을 이달 23∼25일 기상상황을 고려하면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12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발표했다.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 2일(왼쪽)과 17일 상업위성이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카드로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북한은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3주 가량 앞둔 23~25일 갱도를 폭파하고 국제기자단에 폐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라는 선제적·실질적 조치는 북한이 상호 신뢰 기반이 약한 미국에 보내는 ‘신의의 제스처’로서 의미가 크다. 북한은 지난 십수년간 단계적 비핵화와 그에 따른 ‘행동 대 행동’의 보상을 요구해 왔다. 그런 북한이 협상 테이블이 꾸려지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비핵화 스텝을 밟아 믿음의 증표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담판을 지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스스로가 ‘믿을 만한 상대’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청와대도 북한의 이 같은 조치가 ‘진정성 있는 약속의 이행’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남북 정상회담 때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두 나라 지도자 사이에 믿음이 두터워지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5월 중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2008년 전 세계에 각인된 불신을 스스로 바로잡는 의미도 있다. 북한은 2008년 6월 외신 기자들을 초대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해 핵불능화 의지를 선전했었다. 하지만 모든 장소를 원하는 대로 사찰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검증의정서 요구는 끝내 거부한 전례가 있다.

북한이 한국,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이 포함된 국제기자단을 구성해 전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신뢰 구축의 일환이다. 특히 영국이 포함된 것은 북·미 회담을 앞둔 대미(對美)용 조치로 풀이된다.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긴 위해선 독일이나 프랑스를 초청하는 게 보다 적절하지만 굳이 영국을 택한 것은 미국에 힘을 실어줄 국가를 추가해 힘의 균형을 맞춰준 것이다. 껄끄러운 관계의 일본은 ‘패싱’하되, 미국을 위해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는 영국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일부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폐쇄쇼’가 될 것이라는 평가절하가 나왔다. 이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에 폭파하는 갱도 중 4번 갱도는 최근까지도 핵실험장으로 사용하려고 굴착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이 4곳을 폭파해 갱도를 막아버리고 관련 인력을 다 철수시킨다는 것은 최소한 앞으로는 ‘미래핵’에 대해선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몇 차례 더 핵실험을 해야 소형화·고도화를 마무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이제 그런 실험을 더 이상 안 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풍계리 이외의 장소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미국도 사막 한가운데서 핵실험을 하듯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장소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풍계리는 사실상 북한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풍계리 폐쇄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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