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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은행권 희망퇴직 딜레마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은행권 희망퇴직 딜레마

기사승인 2018. 05.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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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올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중간관리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개선하고 정부가 원하는 청년 채용도 늘리자는 취지다. 최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은행권 희망퇴직을 독려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단 채용비리 문제로 중단됐던 신규 채용을 확정 짓고 이에 맞춰 희망퇴직 규모를 산정하겠다는 것이 은행권의 입장이다. 다만 수천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드는 만큼 신중론을 견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애초 금융당국의 주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의 미봉책일 뿐, 장년 실업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두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할 전망이다. 지난달 1964년 이전 출생자 중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해 1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연말 2차 정례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 중 유일하게 올해 희망퇴직 계획을 잡았다.

은행들은 최근 2~3년 사이 희망퇴직을 상시화하며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비대면 채널 확대로 점포 축소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약 2400명이 희망퇴직했고, 퇴직급여 비용은 1조353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이 10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780명)이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적극 권고에 올해 희망퇴직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최 위원장은 최근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며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에도 희망퇴직을 늘려야 한다.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일단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선뜻 확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통 희망퇴직자에게 27~36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 1인당 평균치가 3억원가량이다. 또 은행에 대한 자본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점도 부담 요인이다. 노조와의 갈등소지도 크다. 현재 산별교섭에서 금융노조는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55세에서 60세로 늦추고, 정년을 최대 65세까지로 조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단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해 돈을 더 쓰더라도 ‘난 자리’를 만들라는 얘기인데, 취지는 이해하겠으나 희망퇴직 규모를 더 확대하기는 각 은행 모두 어려울 것”이라며 “100명만 늘려도 평균 300억원의 비용이 나가는 만큼 고심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비난의 화살은 금융당국에 쏟아지고 있다. 고용 안정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장려할 때는 언제고 3년도 되지 않아 다시 장년층의 희망퇴직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 질서를 헤치거나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일이 아님에도 금융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신규 채용 일정 및 규모를 정한 후 희망퇴직 규모를 조율할 것이라는 것이 은행권의 중론이다. 올해 이들 4대 시중은행의 채용 인원은 2250여명 수준으로 지난해(1700여명)보다 32%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300여명 규모의 상반기 채용 공고를 내고 하반기까지 750여명 규모의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KB국민·KEB하나 등도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늘려 공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올해 총 750명을 공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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