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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깊이보기] 文대통령, 북·미 역지사지 중재…美 ‘트럼프 모델’ 새판짜기

[뉴스깊이보기] 文대통령, 북·미 역지사지 중재…美 ‘트럼프 모델’ 새판짜기

기사승인 2018. 05. 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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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굿캅, 김계관·볼턴-배드캅' 구도
NSC ""중재자 역할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할 것"
혁신성장 현황보고 듣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R&D 단지에서 열린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현황 보고를 듣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중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미국도 북한의 1차 도발에 리비아 모델이 아닌 ‘트럼프 모델’을 꺼내 든 만큼 문 대통령이 남북 핫라인 통화와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긴밀히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미 회담이 상호 존중 정신 속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미, 남북 간에 여러 채널을 통해 긴밀히 입장을 조율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상호 존중의 정신은 역지사지를 의미한다”며 “북한과 미국에서 나오는 반응들을 보면 (북·미 모두) 충분히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율 방법에 대해선 “일단 한·미 간에는 당장 다가오는 22일 정상회담을 통해서 저희들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과 태도, 이런 것들을 충분히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정 실장은 16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과 통화하고 의견을 긴밀히 조율했다.

북한이 미국의 ‘리비아 모델’에 대한 불쾌감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등 사실상 남측의 관여를 요구한 만큼 북한과의 대화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의 입장과 견해를 충분히 전달해 서로 간의 입장차를 조정하고 접점을 넓혀 나가는 역할,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북·미 양측 모두 판을 깰 생각은 없다는 판단 속에 ‘디테일의 악마’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여전히 유효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북·미 모두 정상과 매파 참모진을 분리하는 ‘굿 캅, 배드 캅’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판을 깨지 않겠다는 방증이다. 북한은 전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개인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배드캅인 볼턴 보좌관의 맞상대를 내세웠다. 김 부상은 담화에서 세 번이나 볼턴을 직접 언급하며 수위 높은 비난을 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양측 모두 정상 간 담판의 공간을 열어두기 위해 ‘김정은·트럼프-굿캅, 김계관·볼턴-배드캅’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과 김 부상은 협상력 제고를 위해 강경 입장을 전략적으로 유지하되, 비핵화 협상의 종착점인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이에는 감정선을 자극하지 않도록 판을 이끌고 있다.

미국이 ‘트럼프 모델’로 한 수 접어 주는 모양새를 갖춘 것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핵 포기 이후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무너진 리비아 모델을 북한이 병적으로 거부한다는 점을 감안하는 동시에 트럼프정부의 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며 “이것(북한 비핵화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도 미국의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나왔다. 프랑스를 공식 방문 중인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한 측이 융통성을 보일 때 다른 한 측이 강경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자발적인 조치는 충분히 인정해야 하고 각국, 특히 미국은 현재의 평화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는 리커창 총리가 지난 9일 일본 도쿄에서 “상응하는 미국의 피드백”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사설에서 “미 행정부는 수용 가능한 북한과의 단계적 합의의 종류를 고려해야 한다”며 “만약 김정은이 핵실험을 영구적으로 동결하고 핵무기의 배치와 수출하지 하지 않기로 한다면 그것은 현상유지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북·미 간 접점 모색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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