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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 시대 성큼, 구본준 역할론 부상

LG 구광모 시대 성큼, 구본준 역할론 부상

기사승인 2018. 05. 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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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타계하면서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B2B 사업부장(상무)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장자 상속’을 원칙으로 삼아온 LG그룹의 원칙이 이번에도 지켜진 것이다.

지난 17일 LG그룹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에 대한 등기이사 추천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구 회장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서울대병원 입원 사실이 알려졌고, 그룹 측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내달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구 상무의 등기이사 등재를 확정한다. 구 상무가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고(故) 구 회장은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고 2004년 친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이는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고 여성의 경영 참여를 금지해온 LG그룹의 전통 때문이다. 이때부터 구 상무는 LG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됐고 그룹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1978년생인 구 상무는 서울 영동고교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했다.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한지 2년 뒤인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입사 이듬해인 2007년에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입학했다. 그러나 중도에 자신의 전공 분야인 정보기술(IT) 실무를 익히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겨 1년간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뉴저지법인, TV·오디오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앤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쳤다.

◇하현회 LG 부회장 등 6명의 전문 경영인이 승계 도울 듯…구본준 LG 부회장은 독립 나설수도
2014년에는 지주사인 LG그룹 경영전략팀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그룹의 주력사업과 미래사업을 챙기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해 왔다. 올해부터는 LG전자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을 맡았다. 2월에는 ID 사업부를 이끌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상업용 디스플레이 국제전시회 ‘ISE 2018’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공식적인 후계자로 확정되면서, 6명의 부회장들과 함께 사업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LG그룹 내에서 부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는 총 7명으로 오너가인 구본준 LG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문 경영인이다.

이 중 가장 선임은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코카콜라음료·해태음료 등을 인수하며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만든 바 있다. 2013년 말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2015년 최고경영자(CEO)가 된 후 3년째 LG화학을 이끌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등을 지낸 바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 확장에 큰 공을 쌓은 인물로 2015년에 부회장 직에 올랐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세탁기 설계실 엔지니어로 시작해 홈앤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을 거쳤다. 하현회 LG그룹 부회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고(故) 구 회장과 함께 LG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이 가운데 하 부회장과 조 부회장이 구 상무의 경영승계를 크게 도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하 부회장은 지주회사의 대표이사인데다 2006년 LG 시너지팀장(부사장) 재직당시 구 상무를 휘하에 두면서 인연을 맺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 부회장은 세탁기 판매량 급증이 실적 호조로 이어지면서 그룹 내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와병 중이던 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 총괄 경영을 맡았던 구본준 부회장은 당분간 구 상무에게 ‘조언자’ 역할을 한 뒤 경영 승계를 마치고 그룹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LS그룹·LIG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인회 LG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만들어 그룹에서 독립시킨 후 LIG그룹을 만들었다. 또한 구본무 회장의 4형제 중 둘째인 구본능 회장과 넷째인 구본식 회장도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등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희성그룹을 설립해 독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 회장이 LG그룹의 지분을 매각하고 따로 독립할 가능성도 남아있다”며 “가족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독립 시기나 방법이 결정될텐데, 당장일지 아니면 2~3년 뒤일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에너지·전장·바이오’로 사업포트폴리오 재편할 것
정보디스플레이(ID)를 맡고있는 구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향후 LG의 사업구도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화학·전지 등 기존의 주력 사업은 밀고나가되 바이오·전장부품·에너지 등 신수종 사업을 육성할 거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LG는 지난 4월 세계 최대 차량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 공급 업체인 ZKW를 약 1조440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동차 부품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바 있다. 또한 차량용 통신 모듈인 텔레메틱스 분야에서 2013년부터 5년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 역시 2016년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 바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토털 에너지 솔루션’ 사업에 힘을 싣고있다.

한편 LG그룹의 지분은 별세한 구 회장이 11.28%, 구본준 부회장이 7.72%, 구 상무가 6.24%를 보유하고 있다. 구 상무가 최대 주주로 오르려면 구 회장 또는 가족의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받아야 한다. 혹은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소유한 LG 지분 3.45%까지 물려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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