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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국민연금·주주 설득에 총력…외국인 ‘입김’에 운명 달렸다

현대차그룹, 국민연금·주주 설득에 총력…외국인 ‘입김’에 운명 달렸다

기사승인 2018. 05.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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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분할·글로비스 합병비율 관련
주요 의결권 자문사 5곳 '반대' 표명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 결정 '분수령'
48% 달하는 외인 투자자 찬성도 절실
현대차그룹-지배구조-개편안-찬반-논란
지배구조 개편의 첫 관문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을 앞둔 현대자동차그룹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을 놓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단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9일 진행될 모비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안 통과를 위한 찬성표 몰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지만, 최악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안이 부결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정공법’의 성패를 좌우할 국민연금의 결정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과제는 모비스 지분의 약 48%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을 모으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주주 설득을 위해 획기적인 주주 환원책 또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국내외 주주 ‘표 대결’ 앞둔 현대차그룹 “모비스 주총서 찬성표 몰이 총력”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모비스 사업 분할 목적은 타당하지만, 모듈·AS사업 부문 중 해외법인만을 존속 법인(존속 모비스)에 남겨두는 방식은 합병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를 국민연금이 따를지는 미지수지만, 모비스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에 지배구조 개편안의 가결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으로선 이들의 ‘찬성표’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모비스를 투자·핵심부품 사업부(존속법인)와 모듈·AS부품 사업부(분할법인)로 쪼개 분할법인을 글로비스에 합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대 1(분할비율 0.21×합병비율 2.92)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이 불공정하다며 반대표 몰이에 돌입한 데 이어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대신지배연구소·서스틴베스트·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3곳도 모두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이들은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이유로 ‘정당성’을 꼽았다. 즉 모비스 분할 부문의 영업이익이 더 많고 수익성도 훨씬 높은데 분할비율은 오히려 존속부문에 유리하게 결정된 데다 모비스 분할법인의 가치가 과소평가돼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합병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이익이라고 반박했다. 기존 모비스 주주는 분할·합병에 따라 글로비스 주식도 함께 받기 때문에 현재 주가 기준으로 계산해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간 팽팽한 의견 대립이 지속되면서 분할·합병안의 가결을 위한 우선 조건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할·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모비스 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해야 한다. 주주총회 참석률이 보통 8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안건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 중 46~53%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보유 중인 모비스 지분은 기아차(16.88%) 등 계열사를 포함해 30.17%다. 이 경우 약 20%의 외국인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 48%에 달하는 모비스 지분을 쥐고 있는 외국인 주주가 동요하고 있는 가운데 지분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 계약을 맺은 ISS·기업지배구조원 등 2곳으로부터 반대 의견을 내라는 권유를 받으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듯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찬반결정을 맡기기로 하면서 단순히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좀 더 독자적으로 판단해볼 여지가 생겼다.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최근 분할·합병 찬성표를 던진 것도 현대차그룹엔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한편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오는 29일 열리는 모비스 주주총회에서 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반대 또는 중립을 지킬지는 의결권전문위의 손에 달렸다. 오는 23~25일 사이 열릴 예정인 의결권전문위의 결정이 곧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단 주주총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찬성표를 끌어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연금 ‘파급력’ 크지만…핵심키워드는 ‘외국인 주주’
현대차그룹이 정공법으로 내세운 모비스와 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의 전제 조건은 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찬성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지분의 약 48%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 설득은 물론 주주총회 당일 참석률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개인 투자자를 모두 설득해 지분 22.1%를 추가로 확보하더라도 외국인 주주 가운데 최소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이번 분할·합병안이 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추가적인 주주 환원책 또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모비스 지분율은 총 30.17%로 전체 지분의 3분의 1에 달한다. 주식회사 분할·합병의 2가지 조건 중 하나인 ‘주식총수의 3분의 1 찬성’ 요건의 경우 이미 충족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남은 과제는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여부다.

현대차그룹이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기관·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끌어모은다면 지분 22.1%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들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은 5% 안팎인 데다 나머지 5~6%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가 주주총회에서 현대차그룹의 편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결국 외국인 주주 최소 4분의 1이 찬성해야 이번 분할·합병안이 가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글로벌 의결권 자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ISS가 반대표를 결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주주총회 당일 참석률도 현대차그룹엔 부담이다. 주주들의 참석률이 100%라고 가정할 때 분할·합병안을 무조건 가결하려면 67%의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남은 일주일 동안 설득해야 할 외국인 주주는 더 늘어난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국내 기관·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14.7%의 외국인 투자자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가능성이 낮다. 만약 이들이 외면한다면 무려 36.8%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찬성표를 끌어와야 한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분할·합병안의 무사통과를 위해선 모비스 지분 47.7%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찬성표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깜짝 카드를 던지며 극적 반전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배당확대·자사주 매입 등 고육지책을 내놨지만, 추가 찬성표를 확보하기 위해 획기적인 주주 환원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주총이 임박한 상황에서 특별배당처럼 자금투입이 필요한 방안보다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공개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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