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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드 맞추기 나선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에 워라밸까지

정부 코드 맞추기 나선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에 워라밸까지

기사승인 2018. 05.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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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정부 정책코드 맞추기에 돌입했다. 최근 채용비리로 홍역을 앓고 있는 신한금융은 회장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면서 금융당국이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앞서 기업지배구조원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신한은행 등 계열사의 채용비리가 밝혀지면서 결국 금융당국의 지적 사항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주52시간 근무제’를 최초로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52시간 근무제의 경우 인력 수급 문제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기업은행은 준공공기관으로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총대를 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대규모 희망퇴직 시행과 신입직원 고용 압박까지 요구하면서 은행들의 정부 눈치보기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주52시간 근무 도입을 목표로 논의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근무시간단축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 노사가 조직문화 개선 등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이 올 하반기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국내 은행권 중에서는 최초다. 앞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중 은행장들을 만나 “은행들이 노동시간 단축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힌 이후 이뤄졌다. 은행들은 현재 정시퇴근 유도를 위한 PC오프제와 함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천에 가장 앞장선 셈이다.

신한금융도 기존 사추위 구성 조항에서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하는 문구를 삭제했다. 회장의 사추위 참여를 배제한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회장이 사추위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회장을 결정하는 구조는 ‘셀프연임’이라고 지적하면서 사추위에서 회장을 배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앞서 금융권은 회장이 사추위에서 빠지면 사외이사들의 권력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 요구하면서 결국 손을 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한금융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지배구조 평가에서 최상위 S등급을 받았다. S등급을 받은 기업은 신한금융이 최초로, 당시 신한금융은 지배구조를 바꾸게 되면 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를 뒤집는 꼴이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신한금융이 회장을 사추위에서 배제하면서 4대 금융지주사 회장들 모두 사추위에서 빠지게 됐다.

다만 신한금융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선 회장을 배제하지 않았다. 만약 조용병 회장이 차기회장 후보에 포함될 경우 회추위에서 제외되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회장의 영향력을 줄이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처럼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을 적극 수용하면서 ‘정부코드 맞추기’에 나서는 가운데 은행들이 향후 파장에 대한 심사숙고 없이 “일단 정부 시책에 부응하고 보자”는 식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의 경우 인력 부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평균 임금도 줄어들게 된다. 앞서 은행들이 시행한 PC오프제의 경우만 봐도 정부 코드 맞추기에 따른 부작용이 드러난다. PC오프제는 오후 6시에 PC가 자동으로 꺼져 직원들의 ‘칼퇴근’을 유도하는 제도였는데, 정작 희망퇴직으로 직원 수는 줄고 일의 총량은 늘어나면서 새벽부터 출근해 잔업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은행들은 올해 들어 대규모 희망퇴직과 신입행원 채용에도 나서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청년 채용 확대를 위해 희망퇴직 규모를 늘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희망퇴직을 늘리는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하면서 은행들은 희망퇴직과 신입행원 직원을 모두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은행들은 일회성 비용으로 나가는 퇴직금을 우려하고 있고, 노동조합측은 기존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이유로 이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은행들은 올 하반기 대규모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은행이 수용한 지배구조 투명성이나 워라밸이 잘 시행되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해 은행들도 태스크포스(TF) 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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