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솔로몬군도에 심은 ‘이건의 숲’

솔로몬군도에 심은 ‘이건의 숲’

기사승인 2018. 05. 23. 19:3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건산업_칠레 사업장 전경 1
이건산업의 칠레 사업장 전경./제공=이건산업
1972년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합판회사를 세운 30대 젊은 창업가는 산업의 숲을 봤다. 그는 향후 합판산업의 원자재인 남양재의 부족을 예상했다. 산림자원이 풍부한 해외로의 진출은 필연이었다.

이건창호시스템, 이건인테리어, 이건리빙, 이건 환경 등을 거느린 국내 합판전문 기업 이건산업의 이야기다. 창업주 박영주 회장의 지휘아래 이건산업은 현재 남태평양 솔로몬군도 뉴조지아 섬에 여의도의 90배 면적인 2억6400만㎡(약 8000만평)의 숲과, 초이셀 섬에 제주도 크기의 2배에 달하는 37만5000ha(11억평)의 원목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국내 남양재의 원목 공급량이 줄어들어 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일찍이 해외에서 재생 가능한 ‘숲’을 일궈 온 이건산업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남양재는 가구·건구·운동구 등에 쓰이는 주요 원자재로 꼽힌다. 국내 합판공업은 절대 다수가 남양재로 만들어질 만큼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이건산업의 해외진출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회장은 산림자원이 풍부한 솔로몬군도 인근 국가 파푸아뉴기니의 산림대학에 2명의 직원을 파견했다. 이듬해에는 직접 솔로몬군도를 방문해 3년 뒤에는 현지법인인 이건자원개발법인을 설립했다.

철저한 사업조사와 현지정부와의 협상에는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노고는 결실을 맺었다. 1987년 9월 이건산업은 약 11억 평 에 달하는 초이셀섬의 산림 단독개발권을 획득했으며, 9년 뒤에는 서부 뉴조지아섬의 정부림(林) 8000만평을 매입하며 이건태평양조림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산림자원 개발에 나섰다.

서서히 성과가 보였다. 1989년부터 솔로몬군도로부터 얻은 조림목을 가공·생산해 유럽을 비롯한 일본·중국 등지에 수출했으며, 2008년 말에는 현지에 합판용 원재료를 생산하는 공장의 첫 가동에 들어갔다. 이듬해에는 이건산업이 직접 심고 13년 간 가꿔온 유칼립투스 조림목의 첫 수확과 함께 베트남·중국에 수출했다. 국내기업으로서는 최초로 해외조림사업을 통한 목내용 원목 생산이었다.

칠레와의 인연도 깊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있기 10년 전인 1993년 이건산업은 현지 공장을 인수하며 법인을 설립, 2만㎡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했다. 국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조림사업을 장려하고 풍부한 자원·노동력을 가진 칠레는 합판의 원재료 확보에 중요 국가였다.

한국을 뒤흔든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칠레 법인이 독자생존을 촉진시켜준 계기가 됐다. 원화환율 폭등으로 한국 본사에 자재공급이 어려워지자, 칠레법인은 합판 완제품을 직접 생산해 전 세계로의 수출을 시도했다. 미국·유럽 등과 일찍이 FTA를 체결했던 칠레의 상황은 이건산업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현재 이건산업의 칠레법인은 미국·멕시코·네덜란드 등 세계 주요국을 수출국으로 두고 있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은 ‘지속가능한 조림활동’을 바탕으로 한다. 자본주의를 앞세운 선진국의 ‘강탈’을 막기 위해서다. 이건산업은 솔로몬군도 자체 조림지에서 직접 나무를 가꾸고 이를 활용한 친환경 건축자재를 생산한다.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폐목재로는 조경재·운반용 제품을 만든다. 나무의 실용화와 함께 수종개발 및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 목표를 염두에 둔 경영방침에 따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1999년 만들어진 이건 장학회는 현지 고교·대학의 추천을 받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2010년 칠레 대지진 당시에는 10만 달러 성금을 전달했다. 의료기관이라곤 전무했던 초이셀섬에 큰 아들의 이름을 딴 ‘승민기념병원’도 세웠다. 코코아·채소 재배 등 현지인을 위한 기술 지도도 진행한다. 박 회장은 초이셀섬의 300여명의 추장에게 명예영사로 여겨진다.

다양한 기여에 대한 공로로 인정도 받았다. 이건산업은 2001년 칠레정부 최고훈장수여로, 2013년 칠레목재협회(CORMA)로부터 최초로 ‘칠레 목재산업 발전 및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 한 최고의 회사’로 선정 되는 등 지역사회 대표 우수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